현장노동자들은 대의원대회 파행 어떻게 보나
"조합원들은 선거에 누가 나왔는지도 사실 잘 몰라요"
기사돌려보기 박경철 기자
지난 10일 보궐선거와 관련된 이해관계에 의해 파행으로 점철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거리에서 투쟁을 전개 중인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이 같은 사태를 과연 어떻게 생각할까. 15일 금속노동자 결의대회에서 만난 현장 조합원들의 생각을 확인했다.
현장 조합원들의 반응은 한결 같았다. ‘실망스럽지만 그래도 부여잡고 갈 수 밖에 없는 것’이 바로 민주노총이라는 것.
조합원들은 지도부 공백상황을 우려하며 비정규 입법의 강행처리 및 조직 혁신 등 내외부적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조속히 지도부를 선출해야 된다는데 목소리를 모았다.
또한 민주노총의 도덕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각 의견그룹의 이익을 앞세우기보다 대안을 제시하며 전체 노동자의 요구에 복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합원들은 무엇보다 운동가로서의 초심을 돌아봐야 한다는 점을 가장 강조하고 있었다.
현대하이스코비정규직지회 박종삼 쟁의부장
생중계로 대의원대회를 봤다는 현대하이스코비정규직지회 박종삼 쟁의부장.
그는 “투쟁과제가 산적해 있는 가운데 민주노총이 노동자들의 기대에 어긋난 행위를 하고 있다”며 “민주노총을 바로 세워야 할 시점에서 지도부의 조속한 선출로 비정규 입법을 막고 현재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대하이스코비정규직지회 박종삼 쟁의부장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박종삼 쟁의부장은 “일부 정파의 이익을 위한 극단적 행동은 민주노총에 악영향을 끼칠 뿐, 대승적 차원에서 봐야 한다”며 “지도부를 구성하고 비정규 투쟁에 총력을 다 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대공장 정규직 노동자가 거의 모든 대의원인 상항에서 비정규 노동자가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민주노총에 비정규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며 “경제, 임금 중심이 아닌 생존권 투쟁인 비정규 투쟁에 무게가 실려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대의원대회 사태로 인해 민주노총 위원장 자리가 운동가로서 희생하는 자리임에도 국민에 권력가로 비춰지게 만들었어요. 지도부 자리를 두고 싸우는 꼴로 비춰졌으니 정부와 자본은 좋은 기회로 보겠죠”
“민주노총의 처한 현실을 인식하고 비정규 노동자를 주력부대로 부상시켜야 해요. 국민도 비정규 투쟁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 현실이구요”
그는 마지막으로 “민주노총이 현실을 인식한 투쟁에 전념할 때 민주노총의 도덕성은 회복되고 인정받을 수 있으며 노동계급의 단결이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기륭전자분회 윤종희 조합원
대의원대회 소식을 접하며 답답한 생각이 들었다는 기륭전자분회 윤종희 조합원.
“계속되는 투쟁으로 대의원대회를 보지도 못했지만 안건 자체도 상정되지 않았다고 들었어요. 비정규 법의 2월 처리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민주노총의 구심조차 제대로 세울 수 없는 모습이 답답해요. 또 늦춰질수록 부담만 가중되는 것 같구요”
△기륭전자분회 윤종희 조합원 ⓒ정택용
그녀는 “고통 받는 노동자를 중심으로 고민해야 되는데 자기중심으로 고민을 하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라며 “민주노총의 역사가 10년 됐다고 하는데 요즘 같은 모습이면 국민들은 아마 민주노총이나 국회나 똑같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사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그녀는 또한 “선거운동도 투쟁에 결합하며 가야하는데 선거조차 파행되는 상황이라 안타깝다”며 “민주노총 보궐선거 세 후보를 포함 새로운 지도부는 퇴색되지 말고 초심을 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쨌든 시급히 선거를 마무리하고 투쟁에 적극적으로 결합했으면 해요. 비정규 현안 사업장 노동자들은 집에 쌀 한 톨이 없어 굶어 죽을 지경이잖아요. 이런 실정 잘보고 빨리 마무리하고 현장으로 들어가야죠”
그녀는 마지막으로 “자신의 욕심보다 전체 노동자를 보고 고민해야 한다”며 “선언적 구호만 외치지 말고 조합원을 하나로 묶어 승리하는 투쟁을 만들길 기대해 본다”고 밝혔다.
오리온전기 안진찬 정책부장
대의원대회에 참석했었다는 오리온전기 안진찬 정책부장.
그는 “지방에 있는 사업장이고 현장 조직이 분명 존재하지만 골이 그리 깊지 않다”며 “본질로 보면 맞지 않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본질이 아닌 것들이 관료적 행태로 인해 심각한 문제로 드러난 것”이라며 “예전에는 의견그룹별 내용이 달라도 뭐라도 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는데 요즘엔 그조차도 안된다”고 지적했다.
△오리온전기지회 안진찬 정책부장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평소에는 잘 모르겠는데 꼭 중앙에만 오면 그래요. 각각의 주장이 있어도 대안을 제시하는 선에서 조직이 살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하는데...그런 쪽으로 관심을 가지면 속상하니까 될 수 있으면 관심을 안 갖으려고 하죠”
그가 말하는 본질. 그 본질은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노동조합을 건설하려 했던 목적이다.
“현장 조합원들은 민주노총 선거에 누가 나왔는지도 사실 잘 몰라요. 집회에 나와서야 알고 그러는 거죠. 투기자본 피해도 그렇고 비정규 문제도 심각한 상황이잖아요. 지도부를 안정적으로 선출하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지도부 없이 공백으로 갈 수는 없잖아요”
그는 무엇보다 “본질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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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노동자들은 대의원대회 파행 어떻게 보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