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8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국회 정무위원회에 올해 중점 추진업무를 보고하면서 "특수형태 사업자들의 거래형태에 따라 공정거래 관련 법을 적절히 적용해 보호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특수형태 사업자들이 근로자가 아닌 사업자로 여겨져 노동관계법의 적용대상이 되지 않는 등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보험모집인, 학습지교사, 레미콘 차주, 골프장 캐디 등이 이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언뜻 보면 회사의 각종 부당영업강요와 강제업무에 시달리고 있는 우리 학습지교사들에게는 희소식인 듯 하다. 하지만 이번 공정위의 발표에는 그간 힘차게 투쟁해온 우리 학습지노동자를 비롯한 특수고용노동자들의 투쟁을 무력화하고 오는 6월 말까지 발표하기로 되어있는 노사정위의 특수고용노동자 관련 정부의 입장에 대해 사전에 물타기를 하려는 일련의 검은 의도가 숨겨져 있는 것이다.
엄연히 정부로부터 조합 신고필증을 교부받고 합법적인 노조활동을 하고 있으며 업종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회사와 단체협상을 체결하여 노동조건을 개선해 나가고 있는 특수고용노동자들을 ‘특수형태 사업자’운운하며 ‘보호’라는 이름 하에 우리의 투쟁의 성과들을 물거품으로 만들겠다는 기만이 숨어있는 것이다.
또한 정규직이었던 노동자들을 위장자영업자로 사업자로 둔갑시켜 사용자가 져야할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회사에게는 면죄부를 주는 결과가 될 것이 뻔하다.
물론 당장에 각종 부당업무에 시달리는 우리 학습지교사들의 열악한 노동현실과 저항하는 교사들이 당해야하는 억울한 상황에서는 공정위에 보호를 요청하는 것이 달콤한 유혹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본질적으로는 빛깔만 고운 독버섯을 먹는 꼴이 될 것이다.
이러한 정부의 의도를 간파한 우리 노동조합과 특수고용대책회의. 민주노총. 민주노동당은 즉각적인 반대 성명을 발표하고 공정위 발표의 허구와 기만을 규탄하는 공문을 보냈으며 항의전화를 조직했다. 구체적으로는 발표철회와 ‘특수 형태사업자’운운한 것에 대한 사과와 정부와 노동부에 실질적인 권리보장입법을 권고할 것을 요구하며 5월 11일 과천 정부청사 앞의 기자회견과 항의방문. 항의집회를 계획하며 투쟁의 수위를 높혀 나갔다.
또한 우리 특수고용노동자의 문제는 공정위가 아닌 노동부가 소관부서임을 분명히 하고 현재 국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비정규직 관련 논의에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3권보장과 근로기준법적용’을 촉구하였다. 우리의 강력한 투쟁에 직면한 공정위에서는 담당국장과 과장 담당 서기관이 우리 대표자를 찾아와 ‘숨은 의도는 없으며 보호의 필요성을 말한 것이다. 의도와 상관없이 정부나 회사에 의해 악의적으로 이용된다면 내용을 철회하고 언론에도 정정보도요청하겠다’며 사과하고 사태의 진화에 나섰다.
문제는 이번 공정위 발표파문이 단순한 헤프닝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것은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정부의 특수고용노동자에 관한 입장이 어떤 것인가라는 점을 확인해준 것이다.
우리 특수고용노동자의 문제가 사회전면에 등장하게 될 날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더욱 강력한 투쟁을 준비하고 조직하여야 하는 과제가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이번 파문은 강력한 투쟁을 통해서만이 우리의 근본적인 문제인 ‘노동자성 쟁취 투쟁’을 온전하게 승리로 이끌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해준 사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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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글] 학습지노동자의 문제는 공정위소관이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