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잠정합의안을 도출한 이후 많은 논란을 일으키던 현자비정규 주체들의 상황이 결국 울산비정규직노조 박현제 위원장과 임원 총사퇴로 귀결되었다.
현대자동차 울산비정규직노조를 비롯한 아산, 전주 사내하청지회는 지난 12차 불파특별교섭에서 3자 교섭(원청, 정규직노조, 비정규직 3주체)이 성사된 이후, 9월 5일 1차 교섭, 뒤이어 실무협의와 13~15일 집중교섭을 통해 15일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울산 현자비정규직노조의 경우 성실교섭기간에 조직력이 떨어질 것을 우려, 쟁의대책위 차원에서 애초 9월 8일까지 안이 나오지 않으면 11일 총력투쟁을 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교섭과정에서 “15일까지 일괄제시안을 내놓지 않으면 18일 원하청이 연대하여 총력투쟁 하겠다”는 것으로 변경되었으며, 각 사업부에서는 교섭결과에 주목하며 18일 투쟁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15일 밤 잠정합의안이 나오게 되었다.
잠정합의, 어떤 내용인가?
15일 나온 잠정합의안은 원청과 비정규직 3주체간에 체결된 것이 아니라, 결과적으로는 3주체와 3개 업체의 대표가 합의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원청과 합의안을 만든 후 각 사업부별 하청업체장 1명씩을 불러 대표 사인하게 만든 것이다.
단체협약의 주요내용으로는 △위원장이나 지회장으로 피선된 조합원에게 휴직인정 △조합원이 취업규칙 열람 가능, 조합원의 노동조건과 임금 등 열람 협조 △임금지급일을 15일로 통일 △고용안정 노력, 정당한 이유없이 해고하지 않음 △원청사와 도계약 해지 및 변경시 고용승계 등이 합의되었으며, 임금인상 합의서에서는 △기본급 73,920원 인상을 합의하였고, 단체교섭 별도합의서에서는 △품질 및 생산성 향상 격려금으로 상여금 지급기준 300% + 120만원을 합의했다.
이 밖에 해고자 복직 문제는 불파특별교섭으로 넘겼으며, 징계 및 손해배상 청구, 고소고발은 “최소화한다”는 수준으로 이면합의되었다. 또한 현재 구속된 4명(아산 3명, 울산 1명)에게만 출입금지가처분 취하를 합의하였다. 이면합의에는 서명날인이 되지 않아, 휴지조각에 다름없다는 것이 쟁대위의 입장이다.
3주체, 조금씩 다른 표정
15일 밤, 잠정합의안이 도출되자 정규직 노조에서는 “작년까지는 정규직노조에서 비정규직처우개선을 논의하고 합의해 3주체가 들러리에 불과했지만, 올해에는 직접 협상 주체로 나서 잠정합의하는 쾌거를 이루었다”면서, 합의내용에 대해서도 “조합활동 보장, 고용승계 등을 확보한 역사적 의미”라고 밝혔다. 그러나 잠정합의안의 내용이 조합게시판을 통해서 공개되면서, 비정규직 조합원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울산의 경우 자유게시판에 “임금도 오른게 없고 고용보장도 하나마나 한 이야기다. 손배나 고소고발된 조합원들은 어쩌란 말이냐? 죽어라 파업투쟁해서 도데체 따낸게 뭐냐”라는 등의 글부터, 노조 임원과 집행부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과 조합을 탈퇴하겠다는 글 등이 쏟아졌다.
결국 17일, 현장위원 대표자회의에서 울산 현자비정규직노조 박현제 위원장은 위원장직을 사퇴하기로 결정했으며 각 사업부 대표 등 쟁대위는 잠정합의안을 파기하고 18일(월) 운영위원회를 소집하여 비대위를 구성하기로 결정했다.
아산과 전주의 경우, 확대간부회의 등을 통해 설명회를 개최하고 이번 주중에 조합원 총회에서 찬반을 물을 예정이나, 울산의 상황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큰 것이 사실이다. 결국 집행부 총사퇴로 귀결된 울산이 비대위 체계로 전환되면서 다시 파업투쟁을 전개할 수 있을지, 그리고 아산과 전주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앞으로의 한 걸음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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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 비정규직노조, 결국 잠정합의안 파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