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노동철학과 소신은 실종, ‘사회적 대타협’한다는 한국노동 현주소
무지냐? 말장난이냐?
“개악을 막았는데 왜 야합이라는“ 한겨례21 기사제목으로 한국노총위원장이 인터뷰한 것이 한국노총 홈페이지 전면에 대문짝만하게 내걸려 있다. 해명인지 변명인지는 그 의도는 알 수 없지만 설득력은 현저히 떨어지지 않나 한다.
왜 야합인지 한 가지 예를 들어도 누구이던가에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쉽게 이해 갈 것이다. 아직도 왜 야합인지 판단이 안서는 분들을 위해서라도 짚고 넘어가야 하지 않겠는가.
또 한번 OECD 통계로 노동조합 가입률과 단체협약 적용률(전체 임금노동자수에 비해 적용되는 단체협약 적용대상범위)을 가지고 한번 따져볼까 한다.
OECD 발표에 의하면 한국의 노동조합 가입률(Union density)이 11.4%이다. 최고 노조가입률 81.1% 스웨덴, 76.2% 핀란드, 74.4%는 덴마크 순이고 오스트리아 36.5%, 독일 25.0%, 일본은 21.5%, 하위그룹은 미국 12.8%이며 그중 프랑스가 최하위국으로 9.7% 이다.
(출처: 노동조합 가입률= 전체 임금노동자수 ÷ 노동조합가입자수)
(참고자료: OECD가 발표한 25위 국가중에서 한국은 24위이다.
언론, 정치, 경영계가 노동조합을 비난하는 비중에 비하면 너무 초라한 숫치가 아니지 않을까 한다.
또한 단체 협약 적용률을 들여다보자. 즉, 노조와 사업주가 단체교섭을 통해 단체 협약을 맺은 그 약정이 전체 임금 노동자수에 미치는 적용률이라 한다.
(*단체교섭은 노동자단체, 사용자단체(또는 개별사용자) 간에 임금및고용관련한 모든 사항들에 대해 협상하는것)
단체교섭 역할의 중요성은 노동자들이 합리적인 임금과 공정한 노동조건에 대한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기회이며 경제행위를 통해 얻은 이윤을 적절하게 분배할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성공적인 교섭은 곧 단체협약으로 체결된다.
그럼 OECD 각국의 단체교섭을 통한 단체협약 적용률을 살펴보자.
OECD 국가중 단체협약 적용률이 최고인 곳은 오스트리아 97.5%이고 스웨덴, 프랑스, 핀란드 등이 92%정도로 거의 비슷하고 독일이 68%, 최하위그룹으로는 일본 17.5%, 미국 14.0%, 한국이 최저수준인 12.5%이다.
출처: oecd 2004 노조가입률과단체교섭적용률 )
도표: 보기
여기서 벨기에,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등은 겐트시스템이라는 제도 덕에 원래 노조가입률이 세계최고인 국가들이기 때문에 단체협약 적용률이 80%이상 최상위 기록하는 것을 당연시 여길지 모르지만,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은 노조가입률과 단체협약 적용률은 동일하지 않다는 것이다.
* 겐트시스템(Ghent system): 실업 보험을 노동조합이 관리? 운영하는 제도를 일컫는다.
일반적인 국내 상식에선 노조가입률과 단체교섭적용률이 동일한 수치가 나올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회적 대화가 성숙, 발전한 곳에서는 오히려 단체교섭적용률이 노조가입율보다 높게 나타난다.
사회적 대화란 정부, 사용자, 노동자의 대표부간에 사회 및 경제 정책간 관련한 공동이익에 관련한 정보교류, 협의, 협상 등과 같은 행태 등을 일컫는다고 한다.
국내 노동 분야의 학자들이 근로계약과 단체협약에 관련한 난잡한 학설로 지적 과시용인양 체면유지 속에 국내노동자의 현실을 외면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유럽노동자들은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형태로 노사정간의 대화의 기틀을 견고히 해나가는 과정이 너무나 비교되지 않는가.
여기저기서 주워 모은 학설의 덫에 오히려 빠져나오지 못하는 격인 안타까운 한국노동의 현주소가 아닌가 싶다.
잠깐 학설애기가 나왔으니 국내 학자들에게 물어보고 싶은게 있다. 이번 선진화 로드맵(가칭)이라고 칭하는 것에 대해 전체 노동자중 오로지 5%의 노동자만 가입된 노조대표자가 합의한 것은 무슨 학설에 근거한 것이지. 또 그 효력범위가 전체 노동자들에게 미치는 학설은 또 무엇인가. 그 잘난 학설들로 풀어 주시기들 바란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 통계수치에서 주목 할만 것은 대부분 OECD 국가중에서 나타나는 것은 노조가입률 보다 노동자들에게 미치는 단체교섭을 통해 단체 협약 적용률이 상당히 높게 드러났다는 것이다.
단체협약을 적용받으면 중,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이나 특수직종 노동자, 미조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좀 더 안정되고 보장받는 노동환경과 임금을 받을 수 있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어용노조 아니 기식(寄食)노조라 칭하자, 어용노조임에도 자기네들이 순순히 어용노조라 인정하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기식노조가 단체협약을 사업주와 야합해서 노동조건을 악화 시키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그건 비정상적인 행위이고 척결 대상이기 때문에 기본 상식선상에서의 단체협약으로 이해하자.
이렇듯 사회적대화가 미성숙한 국내에서 복수노조라는 제도가 아마 노동자들 에겐 그나마 대안 이였을 것이다. 진정한 노동운동이 무엇이고, 열악한 환경에 있는 한국 노동자를 위한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한 이기적이지 않은 노동운동가였다면 과거보다 안정된 고용조건, 합리적인 임금, 안정된 노동환경 조성을 위해 그나마 대안이 복수노조를 유예하는데 앞장서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복수노조 전이라도 사회적 대화를 이끌어 내려는 진정성으로 미조직노동자들에게 어떻해 하면 시름을 한층 더 덜어주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상식이 아닌가. 이런 현실을 외면하고 조직의 이해를 위해 이번 복수노조유예를 한 것을 야합이라 일컫는 것이다.
OECD 국가중 좀 특이한 것은 프랑스인 경우이다. 프랑스인 경우는 노조가입률이 최저치인 9.7%임에도 불구하고 단체협약 적용률이 92.5%로 최고치에 육박하다는 것이다.
그 원인은 1982년 프랑스 노동부장관 진 오록스(AUROUX)가 사업장단위로 노동자와의 임금에 대해 단체교섭을 매년 의무적으로 실행한 덕택이라 한다. 노조 독점적인 단체교섭권을 개별노동자들에게 확대시킨 것이며 임금은 물론, 노동시간, 산업안전 등으로 범위까지 확대하기까지 이르렀다.
(* 1982 AUROUX LAW : JEAN AUROUX 프랑스 노동부장관 1981년 발의한 임금과 노동시간 등에 관해 노동조합의 유무에 상관없이 매년 사업장단위에서 사용자와 노동자(또는 지역 노동자위원회)간에 단체교섭을 의무로 하는 법안 1982년도에 통과시킴.)
특히 1997년을 시발로 하여 노동시간을 35시간으로 단축시킨 것도 프랑스 노동부 장관이름(martin aubry)을 딴 오브리 법 (Aubry law)을 통하여 정부가 강력한 리더십으로 프랑스 대부분 사업장에 적용시켰다고 한다.
노동부장관이 직접 자기네 시민노동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직접 법안 발의도 하고, 장관의 이름을 따서 법집행을 할 정도의 노동부장관이 있는가 할 정도로 부러운 반면, 그렇지 못한 국내의 현실을 볼 때는 정말 철학과 소신이 있는 노동부장관들이 자리에 앉아 계신지 반문하게 된다.
자기네 시민노동자들을 챙기지는 못할망정 외면하고 그것도 모자라 5% 노조대표자와 경영계 작당에 개혁이라는 슬로건을 건 노동부장관이 힘없이 무릎을 꿇은 것을 보면 노동 철학이 부재한 것이 아닌지 무지 의심스럽다. 소신보단 보신이 가득 넘치지 않은가 싶다.
위의 두 가지 사실만 보더라도 이번 노사정의 합의(?)한 복수노조유예 3년간 연장은 야합이 아니고 무엇인가, 그것이 아니라면 노동계을 독점하겠다는 담합인가?
요즘 종종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 벨기에 등에서 시행하고 있는 이 겐트시스템에 군침을 흘리는 것 같은데 비민주적이고 투명하지 못한 노조에서 이런 제도를 독차지 하겠다는 것은 “호랑이 아가리에 날고기 넣어주는 격”이다.
군침 흘리기 전에 선명성, 민주성, 투명성을 보장하는 강력한 노동조합법 개정후에나 꿈꿔 보시라.
* 글쓴이는 노동조합개혁과민주주의추진운동본부(www.unred.or.kr) 본부장입니다.
2006/10/04 [09:00] ⓒ대자보
|
|
|
6499
325
7
웃기는 한국노총과 더 웃기는 노동부의 야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