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위 "2백50 과목 중 돌연 1백건 퇴회, 부정영업 흔적…" 주장
'구몬학습(이하 구몬)'이 시끄럽다.
지난 7월말 발생한 한 여교사의 사망사건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당시 여교사 A는 자신의 아파트 14층에서 떨어져 숨졌다.
경찰은 A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실수로 추락사한 것으로 사인을 규정지었다.
하지만 A와 함께 일한 직원들은 사인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단순 추락사로 보기엔 전후상황이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급기야 구몬학습내에선 여교사 A의 사망사건을 놓고 '진실규명을 위한 조사단(이하 진상위)'가 꾸려진 상태다.
그리고 최근, 진상위의 조사 과정에서 고질적 문제로 지적돼 왔던 학습지 업계의 '부정영업' 의혹까지 제기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사건의 내막을 취재했다.
지난 7월30일 오전 7시10분. 서울 송파구 한 아파트에서 추락사고가 발생했다.
피해자는 30대 여성 A.
경찰 조사결과 A는 사고가 발생한 아파트 14층에 거주하고 있는 여성으로, 학습지 회사 '구몬'의 여교사였다.
경찰은 A가 전날 자신의 언니·형부와 함께 술자리를 가졌다는 증언을 토대로, 만취한 상태에서 아파트 계단 난간에서 추락사한 것으로 추정했다.
추락사? 혹은 자살?
경찰은 유족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유서가 남겨져 있지 않은 점' 'A가 신혼부부인 점' 등을 미뤄 자살이 아닌 단순 추락사로 사건을 마무리 지었다.
그런데 사고가 발생한 지 보름 뒤, 구몬 학습지노조 게시판에 동료교사로 추정되는 한 네티즌의 글이 올라오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사망한 A교사가 '부정영업' 때문에 정상수업을 할 수 없었을 것이란 내용의 제보가 있었던 것.
'부정영업'이란, 가입하지도 않은 회원을 가입한 것처럼 조작해 놓고 그에 상응하는 회비를 해당 교사가 대신 납부하는 것을 뜻한다.
말하자면 보험회사에서 실적을 높이기 위해 가짜 회원을 만들어 보험설계사가 자신의 돈을 입금시키는 방식과 유사한 셈.
진상위 조사에 따르면 A가 사망하기 전 담당했던 교과목은 모두 2백50과목. 그중 A가 사망하기 전 퇴회(회원이 탈퇴한 건)가 1백건인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관계자의 설명대로라면 갑자기 1백여 명의 회원이 탈퇴했다는 얘기다.
진상위 한 관계자는 "2백50과목을 관리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1백건 가까이 퇴회했다는 건 결국 정상적인 수업관리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면서 "그동안 A가 자기 돈으로 유령회원들의 회비를 납부했다가 결국 돈을 넣지 못해 포기하고 퇴회 처리했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진실은 따로 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일부 학습지 교사들에겐 '유령회원'이 있다.
회원을 많이 모집해야만 하는 의무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만들 수밖에 없다는 것. 하지만 많아야 10개 안팎이다.
때문에 1백건의 과목이 집단탈퇴 신청됐다는 것은 사측의 암묵적인 영업 강요에 의한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는 견해인 것이다.
진상위 측은 이미 지난 2004년 '부정영업' 때문에 사망한 故 이정연 교사 사건을 전례로 들고 있다.
당시 28세였던 이정연 교사는 과중한 실적강요를 견디다 못해 스트레스성 호흡곤란으로 쓰러져 사흘만에 숨졌다.
이정연 교사가 관리하던 회원 2백4과목. 인수인계 과정에서 1백34곳이 유령회원으로 밝혀졌고, 그 회비를 이정연 교사가 빚(1천5백여만원)을 내어 입금시킨 것으로 밝혀져 파문이 커진 바 있다.
진상위 고위 관계자 "부정영업 관행 희생자였다(?)…"
이 문제로 학습지 노조와 구몬 측은 현재까지도 지루한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진상위가 A의 사망사건을 단순한 추락사로 보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회사측에서 A의 사망사건을 의도적으로 은폐하려 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직원이 사망했는데도 동료 직원들에게 알리지 않았으며, 사실과 다른 내용을 직원들에게 유포했다는 것이다.
구몬학습 지국의 한 관계자는 "직원이 사망한 지 보름이 지났는데도 회사측에선 이 같은 일을 알리지 않았다"면서 "직원들은 A의 사망소식을 휴가가 모두 끝나는 8월말이나 돼서야 알게됐다.
그것도 사측이 아닌 A와 같은 교회를 다니는 동료 직원을 통해서다. 또 사측에서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했다가, 나중에 자꾸 추궁하자 A가 만취해서 발을 헛디뎌 추락했다고 직원들에게 거짓 해명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사측 "침소봉대 마라"
현재 구몬학습 노조 내 꾸려진 진상위는 지난 1일 '여교사 A 사망사건 진실규명을 위한 공동조사단 구성 건'으로 사측에 공문을 보낸 상태다.
공문에서 진상위 측은 "사망한 A교사의 수업과정에서 부정영업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이번 문제는 비단 A교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학습지 교사 모두의 문제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이번 사건과 업무에 관한 연관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노조와 회사가 공동조사단을 구성해 사건을 조사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15일 현재까지도 회사측으로부터 공식 답변을 전달받지 못했다고 진상위 측은 덧붙였다.
이 같은 진상위 측의 주장에 대해 사측(구몬학습)은 모두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구몬학습 측은 "노조(진상위) 측에서 주장하는 것과 제기하고 있는 의혹들은 모두 사실과 다르다"면서 "A교사가 사망했을 당시 유족들을 모두 만나 사고를 확인했고, 보험금도 모두 지급했다.
유족들조차 사고(추락사)에 대해 인정하는 데 왜 자꾸 침소봉대 시키는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부당영업에 관해서도 전혀 사실무근"이라면서 "공동조사 협조 공문에 대해서도 답변할 필요를 못 느낀다.
그들이 주장하는 것을 볼 때 공동조사위를 꾸려야 할만큼의 문제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목적만을 위해 망자를 이용, 호도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같은 사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안에 관해 구몬학습지 노조 자체 진상위는 물론, 전국학습지노조까지 간과하지 않을 분위기여서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coda031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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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지산업 대자본 구몬에서의 여교사 투신자살 진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