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5백만 노동자 단결권 짓밟은 한국노총의 밀실야합!
사용자단체와 노무현 정부의 품이 그리도 아늑하던가!
한국노총 어용득 집행부는 사용자단체와 노무현 정부의 품이 그리도 아늑하던가!
한국노총이 경총 및 대한상의와 밀실교섭을 진행해오다, 지난 9월2일(토) 노사정 대표자회의에서 복수노조 허용 5년 유예, 부당해고 형사처벌조항 삭제 등 1천5백만 노동자의 자주적 단결권을 짓밟고 사용자들에게 무한한 해고의 자유를 부여하는 야합을 저질렀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내용을 내주고 야합했는지는 모르지만, 지금까지 사실로 확인되고 있는 것만 적시해도 아래와 같은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 복수노조 허용 5년 유예, 전임자 임금지급금지 5년 유예
○ 부당해고 형사처벌조항 삭제 (단, 구제명령 불이행시 형사처벌 또는 과태료 부과)
○ 부당해고 판정시에 노동자가 신청하는 경우에 금전보상 허용
○ 필수공익사업장에 최소업무유지의무 부여 및 대체근로 허용
긴 말 할 것도 없이 복수노조 금지조항은 국제노사정기구인 ILO에서조차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꼽아 매년 한국 정부에 이를 폐지할 것을 권고해온 사항으로서, 1천5백만 노동자의 단결권을 원천봉쇄해온 악법 중의 악법이다. 삼성의 무노조 정책, 포스코의 20명짜리(!) 유령노조 정책으로 자유로운 노동탄압을 할 수 있도록 열어준 조항이 바로 복수노조 금지조항이었다.
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3조5호(복수노조금지조항) 철폐’를 내걸고 전노협이 결성되었고 무려 20년 동안 이 조항의 폐지를 내걸고 투쟁을 전개해 왔으나, 97년에 한국노총의 요청으로 이 조항의 폐지가 5년 유예되었고, 2002년에 또다시 한국노총과 정부의 합의로 5년 유예된데 이어, 이번에도 또다시 한국노총이 경총과 밀실합의를 함으로써 1천5백만 노동자 단결권 보장이 무려 15년 간이나 유예될 위기에 처했다.
어용노조가 판치는 현장에서, 삼성에서, 포스코에서, 버스에서, 택시에서, 복수노조 허용과 동시에 민주노조를 준비해오던 수많은 노동자들은 한국노총의 밀실합의로 마지막 희망마저 짓밟히고 만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언론에는 복수노조와 전임자임금 관련 내용만 보도되고 있으나, 한국노총이 사용자단체와 밀실합의를 한 것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부당해고 형사처벌조항을 삭제하고 부당해고 판정시 금전보상을 허용하자는 노무현 정부의 노사관계 로드맵 내용을 그대로 수용한 것이다.
근로기준법은 노동자가 누려야할 가장 최소한의 권리를 규정한 법으로서, 그중 정당한 이유없이 해고를 할 수 없도록 한 부당해고 금지조항은 핵심에 해당한다. 그래서 부당해고를 할 경우 처벌조항은 근로기준법 위반사항 중 가장 무거운 형벌(5년이하징역 또는 3천만원이하벌금)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부당해고 형사처벌조항 삭제와 금전보상 허용은 근로기준법 무력화에 다름아니다. 사용자들은 언제라도 눈에 가시같은 활동가들, 조합원들을 ‘묻지마 해고’해버리고 문제가 되면 돈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된다.
현행 법체계 하에서도 사용자가 부당해고를 자행하고도 법정소송으로 무조건 버틸 경우, 최종 대법원 판결까지 무려 8년 3개월 간이나 생계비 한푼 받지 못하고 싸워야 했던 현대미포조선 김석진 해고자의 사례가 있지 않은가! 부당해고 처벌이 무력화될 경우 안그래도 해고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비정규노동자들은, 노조결성의 자유도 박탈당한 채 사용자로부터 무한착취를 당해야 한다.
한국노총 어용득 집행부는 지난 8월16일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과의 만남에서, 비정규노동자들이 온몸으로 반대하고 있는 정부 비정규개악안을 조속히 통과시켜 달라는 천인공노할 요청을 하는 등, 이미 노동자의 조직으로서 최소한의 선조차 짓밟고 말았다. 이토록 명백한 범죄행위를 저질러 놓고도 언론에 “노총과 경총이 공동 TF를 꾸리자”는 제안을 했다며 자랑스럽게 떠벌이고 있다.
그러나 ‘가장 낮은 곳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노동조합으로 조직하고, ‘가장 밑바닥에서’ 억압받고 탄압받으며 비정규노조를 사수해온 우리들은 분명히 확신하고 있다. 한국노총 어용득 집행부가 밀실합의를 해서라도 반드시 지키고자 했던 것은 다름아닌 ‘노동귀족’의 권리일 뿐이라는 사실을! 사측에 협조하는 노조 지도부가 복수노조 허용으로 현장 민주노조가 결성되지 못하도록 가로막으려 한다는 것을! 조합원 대중의 단결된 투쟁으로 전임자를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5년 유예’를 구걸해서라도 노조 상층 기득권자의 권리만을 지키려 한다는 것을! 부당해고 금지조항을 무력화시키려는 정부와 사용자단체에 협조함으로써 ‘노동귀족’인 상층 인사들의 정치적 출세만을 꾀하고 있다는 것을!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파업투쟁을 전개하는 대기업노조를 ‘노동귀족’ 운운하며 매도했지만, 진짜 ‘노동귀족’은 바로 정부와 열린우리당에 협조하며 사용자단체에 빌붙어온 한국노총 지도부와 상층 세력임을!
그러나 한국 민중운동의 역사와 세계 노동운동의 역사는 우리에게 분명히 가르치고 있다.
한국노총의 이러한 밀실야합이야말로 ‘노동귀족’ 중심의 노동운동이 사망했음을 선언하는 일임을 말이다. 구걸하고 타협해서 ‘5년간’ 노동귀족의 생명을 연장하려는 시도가 얼마나 헛된 것인지를 말이다. 복수노조와 단결권을 부정한채 만들어지는 산별노조란 ‘가짜 산별’이자 ‘썩어빠진 산별’이 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밀실야합이 노동귀족의 사망을 선고했다면, 그 사형의 집행은 가장 밑바닥의 노동자들이 할 일이다. 노동귀족들이 미조직 비정규노동자들이 노동조합으로 단결하는 것을 가로막으려 해도, 이미 한국사회 저변에 축적된 비정규노동자 고통의 분출은 어떤 밀실야합으로도 막아낼 수 없을 것이다. 비록 우리는 오늘 기자회견을 미리 예고하고 진행하였으나, 미조직비정규 노동자들이 스스로를 조직하고 분출하여 한국노총 노동귀족들에게 사형을 집행하는 날은! 결코! 미리 예고되지 않을 것이다.
2006년 9월 6일
전국 비정규직 노동조합 대표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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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한국노총 밀실야합 규탄! 비정규대표자 항의기자회견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