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일자리 문제와 관련하여 비정규직(irregular job)의 증가, 고용 없는 성장(jobless growth), 과잉학력(overeducation)의 일반화와 청년실업의 증대, 일자리의 수도권 집중, 서비스 산업의 비중확대, 근로시간의 단축추세, 3D업종의 구인난, 외국인 인력의 활용, 과도한 비임금 근로자의 존재 등 다양한 논란거리가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이 가운데에서도 최근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 비정규직의 증가에 관한 것이다. 그런데 비정규직에 대한 논의에서 무엇이 비정규직이고 그 수치가 얼마나 되는가에 대하여, 사회적인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점이 상황을 더 꼬이게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비정규직에 대한 대책수립을 위한 기초 자료라고 할 수 있는 정확한 통계의 산출과 같은 일도 쉽지 않는 실정이다.
안개 속에 떠도는 정규직･비정규직 개념
이론적으로 말하면 정규직 고용이 아닌 임금 근로자는 모두 비정규직이라고 할 수 있다. 정규직을 엄격하게 정의하면 전일제 고용, 근무 장소와 시간의 고정 혹은 안정, 기한이 정해지지 않는 고용계약, 사용자의 단일이라는 요건을 전부 충족한 근로자를 말한다. 시간제나 임시 또는 파견 근로자 등은 정규직 요건 가운데 하나 이상을 미달하므로 비정규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기준에 대체로 부합한 것이 통계청의 분류인데, 경제활동인구조사에 의한 일용과 임시 임금근로자를 포함하는 비정규직의 비중은 최근 들어 전체 임금 근로자의 50%를 넘나들고 있다.
그런데 매일 4시간씩 시간제로 백화점에서 판매원으로 일하고 있으며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정년까지 근무할 수 있는 경우, 위의 기준에 따라 전일제가 아니므로 비정규직이라고 규정하기에는 수긍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래서 취업자 본인이 자신의 고용형태가 정규직인지 혹은 비정규인지를 가장 잘 안다는 전제로 조사한 결과(self-report)를 보면, 우리나라 임금근로자 중 비정규직의 비중은 약 30% 안팎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20%의 차이를 종사자수로 환산하면 300백만 명에 가깝고 그에 따라 정책적인 비중이 달라지므로, 정확한 비정규직에 대한 개념 규정과 사회적인 합의 도출의 중요성은 매우 크다고 하겠다.
비정규직이 증가하는 이유
어느 쪽이든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비정규직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는 모두가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비정규직의 임금수준이 정규직에 비하여 과도하게 낮은 편이고, 여성들이 상대적으로 비정규직에 더 많으며, 작업현장에서의 정규직과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이 심각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는 비정규직이 왜 늘어나고 있는가? 여기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는데, 노동시장의 힘이 가장 중요하다는 주장과 노사관계 등 노동관련 제도에 기인하는 측면이 강하다는 주장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먼저 노동시장의 힘을 이야기 하는 사람은 노동의 수요 측면에서 서비스 산업의 비중이 증대하고, 제품 사이클의 단축에 의한 고용변동의 요구가 커지며, 급격한 기술변화에 따른 기업의 대응에 기인한다고 본다. 또한 노동의 공급측면에서도 청년층의 정규 장시간 근로의 회피, 주부 취업자의 시간제 선호 등의 사유를 든다.
이에 비하여 제도적인 요인을 강조하는 쪽에서는 과도한 정규직의 해고 및 고용에 대한 규제, 정규직 중심의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기업의 반작용, 공공부분의 구조조정과 정원에 대한 규제 등의 사유를 들고 있다.
가장 경제학적인 비정규직 해결책 ‘보상임금이론’
노동시장의 힘을 강조하는 편에서는 현재의 추세가 세계적인 경제현상이므로 특별한 대책이 필요 없으며, 여기에 대한 정부의 어떠한 간섭이라도 경제효율을 저하시키게 된다고 본다.
한편 제도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쪽에서는 제도를 개선하여 비정규직의 증가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생산현장에서의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갈등과 차별로 인한 분쟁, 그리고 고용안정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고 이에 따른 경제적인 비용이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정규직 증가추세에 대한 대응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하겠다. 반면에 시간제 근로자의 비중은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낮으며, 여러 측면에서 자발적인 시간제 근로를 유인하는 정책적인 배려가 필요하다는 점을 상기하면, 비정규직의 일방적인 축소만이 능사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가장 경제학적인 방식의 비정규직 해결책이라면, 아담스미스의 보상임금 이론에 맞게 비정규직의 임금수준을 같은 조건의 정규직보다 최소한 조금이라도 높게 유지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방식을 현실에 그대로 적용한다면 다양한 측면에서 인적자원의 효율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이는데, 경제논리에 약한 우리나라 경제주체들이 선뜻 수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한국의 고용구조」발간
서두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에는 비정규직 문제 이외에도 고용관련 다양한 논란거리가 있으며 모두가 중요한 사회․정치적인 이슈들이다. 이러한 정책적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고용전반에 걸친 개설서가 지금껏 발간되지 않았다.
이에 중앙고용정보원에서는 지난 해 말 기관의 이름에 부응하고 고용관련 정책 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국의 고용구조」를 발간 배포하였다. 「한국의 고용구조」는 우리나라 2,200여만 명의 취업자를 여러 측면에서 살펴본 것으로 앞으로 매년 내용을 보강하여 발간될 예정이다.
인쇄된 책자를 구입하지 않더라도 워크넷(www.work.go.kr/고용동향/연구보고서)에서 자유롭게 다운받아 볼 수 있으므로, 고용문제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감히 일독을 권하는 바이다.
박 천 수 [ 중앙고용정보원 동향분석팀장/경제학박사 ]
***** 출 처 : 한국노동혁신연구소 [혁신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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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비정규직 문제 해법 없나? 있다!(중앙고용정보원 박천수 동향분석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