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스태프의 노동현실
19일 개봉하는 ‘남극일기’의 임필성 감독은 여러 인터뷰에서 남극장면을 찍은 뉴질랜드 촬영의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급작스러운 눈보라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화이트 아웃’도 힘들었지만, 공무원처럼 ‘칼 같은’ 노동시간 관념에, 계약서에 없는 일은 조금도 하지 않는 뉴질랜드 스태프들 때문에 더 큰 고충을 겪었다고 한다.
실제 촬영장에 눈이 녹아 다른 설산으로 장비를 옮기자는 감독의 말에 뉴질랜드 스태프들은 자신들의 일이 아니니 헬기를 부르라고 했다.
전 스태프가 수시로 ‘일꾼’이 되어 ‘노가다’를 하는 한국에선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또 전기발전차는 철저히 규정전압을 지켰고, 눈 폭풍이 온다는 예보에 감독 허락도 없이 스태프들이 카메라를 해체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런 마찰이 있을 때마다 한국스태프들이 눈물로 호소했고, 임감독은 ‘우리는 한 팀’이라는 웅변을 해 키위(뉴질랜드 스태프)들을 설득시켰다고 한다.
이런 악전고투기에 안쓰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이내 어떻게 보면 너무나 당연한 주장을 한 뉴질랜드 스태프들이 ‘깍쟁이’처럼 묘사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으로 생각하면 툭하면 초과노동을 하면서도 수당은 기대하지도 못하는 우리 영화 스태프들이 희생에 익숙해져 있다는 증거다.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에는 스태프 명단에는 ‘Teacher’가 등장한다.
선생역이 아니라 아역배우를 가르치는 파견교사다.
미국과 영국에선 미성년자 배우가 하루에 일정시간 이상 노동을 할 수 없고, 하루에 최소 4시간의 수업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촬영이 많이 지연됐지만 ‘정당함을 위한 불편’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게 이들의 방식이다.
이에 비하면 우리의 영화촬영장은 ‘완성도 쟁취’라는 구호 아래 착취를 강요당하는 근대적 노동현장이다.
‘억울하면 성공해라’라는 식의 시대에 역행하는 논리가 여전한 것이 영화계다.
얼마전 ‘조수연대회의’가 평균 월급 50만원을 감내하고 살아야 하는 불합리함을 고발한 것도 한국영화의 도제시스템이 낳은 폐해를 말해준다.
영화는 예술이다.
그러나 수십억원이 들어가는 영화 촬영장은 일하는 사람의 권리가 지켜져야 하는 노동현장이다. 높아진 한국영화의 위상에 맞게 이제 영화계 내부의 모순과 불합리를 해결하는 데도 제작사와 감독들이 나서야 한다.
스태프들은 영화제작의 척추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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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병할놈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