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와 금속노조의 생과 사
2007년 초의 전략적 패배
2007년 초 첫 번째 투쟁은 비리논란으로 노조가 약화된 틈을 노린 현대자본의
성과금 약속 파기에 맞선 투쟁으로 시작하였다. 생산량을 채우고 성과금을
받기로 합의했다. 이 투쟁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우고 느껴야 할까? 현대차
안에서만 보면 성과금을 되찾아온 승리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러기엔 ‘배부른
귀족노조’라는 밖으로부터의 폭격이 너무 거셌다. 단순히 보수언론의
여론몰이라고 할 것인가! 현대차 조합원들 마져도 가까운 사람들로 부터 항의
받기도 했다. 인터넷에서는 주야맞교대에 잔업특근을 해야 4,300만원을
받는다는 하소연에 대하여 “나는 그렇게 근무하고도 2,300만원 받는다” “두
달만 방에서 실업자로 살아봐라 그런 소리 나오나” 등 욕들이 넘쳤다.
부분전투에서는 승리한 것인지 몰라도 전체 전쟁을 생각하면 철저한 패배다.
양극화 구조의 결과
당연히 받을 성과금을 받겠다는데 왜 이렇게 된 것인가? 한국사회는 양극화가
심각하다. 가깝게 15만 산별노조 내부를 보라. 현자노조는 43,000명 조합원이
있지만 100명도 안되는 노조가 230여개 중 130여 개다. 쪽수 차이만이 아니라
회사의 규모와 지불능력 차이도 엄청나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자동차가 성과금
투쟁을 할 때 더 어려운 실정에 있는 중소영세비정규직 사업장 동지들의 마음
깊은 곳에서는 연대의 의지가 솟아오를 수 없다.
이대로 가면 죽는다.
2007년은 대선이 있는 정치의 해다. 민주화세력의 집권 시대가 가고
보수반동의 한나라당이 당선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나라당 같은
보수대통령이 들어서면 노조를 공격해 올 것이 틀림없다. 98년에도 김대중이
대통령되고 첫 전투가 바로 현대차에서 벌어졌다. 그때는 정리해고에 대한
국민적 저항감이라도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배부른 귀족노조’라는
인식이 쫙 깔렸고 더 험하게 ‘노조 망국론’ ‘노조사냥’을 선동하면서 치고
들어올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비리시비로 몰렸다가 성과금 투쟁을 한 현대차 ‘박모 위원장
만세!’나 그의 지지로 당선되려는 것은 얼마나 웃기는 것인가! ‘인물이
경쟁력’이라는 식의 주장, 또는 ‘현대차노조에서 위원장이 나와야 한다’는
따위의 주장도 한심하다. 현대차 울타리 안에서 승리가 어쩌구 따지듯이 마치
15만 금속노조선거만이 세상의 전부인 것으로 생각하고 어떻게든 당선을
위해서 온갖 논리를 들이대고 있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절박한 상징 “노조가 희망이다”
15만 산별노조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세상을 향해 다가서야 한다. 15만
산별노조가 떴다지만 국민들은 물론 조합원들 마져도 산별노조 임원 선거에
대해 잘 모를 지경이다. 이래선 안된다. 시간이 없다.
이런 글이 있다. 행복한 상상을 해보자면서 나온 얘기다.
‘ 현대차 노조가 전국에 무상으로 운영하는 공부방, 육아방, 노동병원을
설립했습니다. 이를 이용하는 한 시민을 만났습니다. “현대차노조가 지들끼리
잘 먹고 잘사는 귀족노조라고 욕했는데 우리 같이 없는 사람들이 돈 걱정하지
않고 이용하는 병원을 만들어 주다니 정말 고맙습니다. 정치권이든 뭐든
떠들어 대도 지금 보니 노조가 우리서민들의 희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도 노조를 비난하던 여론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울산 현장의
000기자 였습니다 ’
한가하고 행복한 상상이어선 안된다. 당장 실천하여 만들어내야 할 ‘절박한
상징’이다. 바로 이점에서 15만 금속노조 임원 선거는 인물이나. 우리노조
출신, 계파공방 따위가 아니라 어떤 비젼을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인 것이다.
벼랑으로 가는 차
인물론을 얘기하면 뻔하다. 인물에 대한 온갖 인신공격이 뒤따를 뿐이다.
계파 조직 쪽수싸움으로 본다면 뻔하다. 평소에 쳐다보지도 않는
어용세력이라던 대공장의 현장조직하고 손까지 잡고 쪽수 늘리기에 달려든다.
지금 15만 금속노조의 선거과정에서 벌어지는 꼴이 딱 이 모양이다.
위기돌파의 비젼을 위한 경쟁은 없다. 우리가 탄 차는 벼랑을 향해서
달리는데 그 안에서 서로 더 좋은 자리 차지하려고 싸우는 꼴이다. 이렇게
가면 뻔하다. 우리 모두 낭떠러지로 곤두박질치는 것이고 그 시점은
대선이후가 될 것이다.
가능할 뿐 아니라, 무조건 만들어야 할 일이다.
나는 3번 박병규 후보를 지지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전략적 패배를 바꿀
고민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활비 절반, 노동시간 절반,
고용두배”라는 공약과 함께 ‘공감’을 구호로 제출하고 있다. 대선이나
총선용 구호일 뿐이라고 하거나 혹은 실현가능성 없는 것이라고 비아냥댄다.
과연 그런가? 무상의료, 무상교육이 민주노총의 구호였다. 더 구체화 시켜야지
어째서 이것이 노조의 공약이 될 수 없다는 것인가! 현실성을 따진다.
간단하다. 지금 현대차가 쓸데없이 생색내기로 내는 ‘사회공헌비’가
얼마인가를 아는가? 삼성은 “8천억을 내놓겠다” 정몽구는 “1조를
내겠다”고 했다. 지금도 기업 홍보용으로만 쓰는 이런 종류의 비용만 모아도
1조가 훨씬 넘는다. ‘생색내기용 사회공헌비’를 뺏어다 영세중소 비정규직을
위해 써야 한다. 그런 비용의 ‘새발의 피’에 불과한 100억만 있어도
상징적으로 울산에 노동병원 지을 수 있다. 그런 구체적 목표를 걸고
싸워야한다. 비판의 화살을 ‘배부른 노조’가 아니라 ‘배부른 자본’으로
돌리고 빈곤화에 처한 민중들의 분노를 모아가는 위치에 서야 한다.
현대차 노조 “역할 제대로 해야 한다.”
현대차 노조는 민주노조운동으로 보거나 15만 금속으로 봐도 쪽수는 물론이고
영향력에서도 매우 중요한 위치다. 그러나 지금처럼 가서는 다 망한다. 진짜
현대차 노조를 살리고자 한다면, 현대차 조합원들이나 계파조직에 잘 보여서
표를 구걸하려 해선 안된다. 진실을 말해야 한다.
집안의 맏형으로서 어려운 동생들을 외면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 심지어
현대차에서 15만 금속노조 위원장 해야 한다는 식의 주장은 가뜩이나 소외된
동생들이 볼 때는 유산까지 전부 차지하겠다는 것이 된다. 이래선 집안이
망한다. 이웃들이 욕할 수 밖에 없다.
“ 뭘 하나 사려고 해도 귀족소리 들을까봐 겁나요”
현대차 조합원 부인이 하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 대한 답 없는 15만
산별노조는 아무 의미가 없다. 현대차가 사는 길은 전체 노동자를 위해
겸허해지는 것이다. 든든한 맏형으로서 어려운 동생들까지 보살피는 것이
‘스스로 사는 길’이다. 15만 조합원만이 아니라 4만 3천의 현대차 조합원들,
활동가들이 깊이 고민해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 울산에서 금속노조선거를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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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현대차 노조의 생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