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장3부 복직투쟁 16일차]
영하 5도의 강추위보다 더 싸늘한 원청관리자들의 감시와 사찰 천막치기 전날부터 비가 내렸다. 비를 맞으며 동지들과 천막을 쳤다. 오늘(1월24일)은 비가 그쳤지만 기온은 뚝 떨어졌다. 울산의 아침기온이 영하 5도라고 한다. 불어오는 바람 탓인지 더 춥게 느끼고 있다. 손, 발, 그리고 온몸이 떨려왔다. 매서운 추위 속에 진행된 아침 출투, 몸에 피켓을 둘러매고 출근하는 동료들을 맞이했다.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원청 관리자들의 싸늘한 감시는 오늘도 이어졌다. 우리들의 행동을 차안에서 감시하면서 간간히 기념촬영(?)하듯 사진을 찍고 있었다. 우리들이 유명인도 아닌데.... 어떤 모습이 어떻게 찍혔는지... 그 사진은 동부경찰서에 조사받으러 가면 확인되겠지.
<br><br>감시와 사찰! <br>혹독한 추위보다 더 몸을 얼게 만든다. 우리에겐 인간으로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도 없단 말인가? 말로는 노사상생, 노사평등이라고 지껄이면서 하는 행동이란... 에~이 개 같은 놈들! 
출투하는 동안 이런 저런 생각들이 밀려왔다. 우리가 여기 왜 서있을까?
<br><br>1차도 천막도, 2차 천막도 사측 구사대의 폭력에 침탈당했다. 이 3차 천막도 언제 또다시 침탈당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200여명의 구사대를 상대로 우리들 3명의 힘만으로 이 천막을 지켜낼 수 있을까? 추위보다 주말이 걱정이다. 다시 천막을 침탈하면 이젠 그냥 아스팔트 바닥에 주저앉아 농성을 해야 하나?
<br><br>“과연 복직할 수 있을까? 무엇 때문에 이런 힘든 투쟁을 계속해서 하고 있는 걸까?” 하루에도 수십 번씩 이런 질문을 던져본다. 개개인이 가슴에 담아 두고 있는 집안의 걱정꺼리들...그냥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불현듯 찾아오곤 한다.
<br><br>이렇게 약해지면 안 된다. 약한 생각이 들 때면 채찍질을 해댄다, 포기해선 안된다고. <br>왜? 우리들의 투쟁은 너무나 정당하기 때문이다. 아니 정당함을 넘어 이건 너무나 억울하기 때문이다. 에~이 사업자등록증 교부받은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놈, 그것도 주민등록상 거주지가 서울로 되어있는 놈이 사장입네 찾아와서는 나가란다. 에~이! 니놈이 도장부 실러작업을 알아? 실러장이 뭐하는 곳인지는 아냐고? 공고 졸업하고 20대 초반에 공장에 들어와서 벌써 8년차, 청춘의 20대를 이곳에서 자동차 만들면서 다 보냈건만 도대체 어디서 굴러먹다가 온 뼛따구가 나가라고 난리야.
<br><br>우린 해고당할 이유가 없다. 아니다. 해고당할 분명한 이유가 있다. 그것은 우리가 노동조합을 활동을 했다는 것이다. 우리들의 노동조건을 개선하려고 했다는 것, 회사의 부당한 대우를 바로 잡으려고 했다는 것, 안전사고에 대비한 대책마련을 요구했다는 것 등이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해고당한 이유라는 것을 도장3부에 모르는 노동자가 있을까? 아니 회사도 잘 알 것이다.
<br><br>예를 들면 2007년 5월, 도장3부 실러장에서 스키드안전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원인은 분명했다. 센서 오작동으로 인한 기계결함이었다. 그러나 사측 관리자들은 노동자들의 부주의로 인한 오작동이라고 우겼다. 우리들은 기계오작동임을, 작업자가 다칠 수 있음을 되풀이해서 설명했다. 그러나 사측은 노동자 잘못으로 일축해버렸다. 결국 작업자가 다쳤다. 우리는 라인을 정지시키고 대책마련을 요구했다. 그제야 센서오작동에 의한 기계결함을 인정했다. 그리곤 안전장치를 설치했다. 감히 비정규직들이 라인을 세우고 안전장치를 요구했으니 원청과 하청 사측 모두 벼루고 벼렸을 것이다.
<br><br>해고당할 당시를 돌아보면 기가 막힌다. 업체변경되고 나서 1주일은 아무 문제없이 일했다. 그 당시 우리는 근속년수 보장을 새 사장에게 요구했다. 그러나 하청사장 뒤에 버티고 서있는 원청 사측의 벽에 가로막혔다. 근속은 포기하더라도 일자리는 지키기로 뜻을 모았다. 그리곤 집단적으로 근로계약을 작성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원청과 맺은 도급공정이 줄어서 7~8명은 받아줄 수 없다며 5명을 해고시켰다. 그러나 사측은 부산지노위 부당해고 심리 자리에서는 그런 얘기를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오직 ‘사업을 새로 시작했고 이들과 근로계약을 맺지 않아 해고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폈다.
<br><br>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세상이다. 사측과 노동자에겐 서로 다른 상식이 존재하는 세상이다. 사측에게 통하는 상식이 우리 노동자들에게는 통하지 않는 세상이다. 가진 자의 세상이다. 그래서 하루에 수십 번 포기하고 싶어도 이를 악문다. 억울하고 더러워서 끝까지 싸울란다. 끝까지 투쟁해서 반드시 노동자의 상식이 옳다는 것을 보여줄란다.
<br><br>약한 마음이 들 때마다 여러 동지들의 격려가 힘이 된다. “고생한다 수고 한다 힘내라”라는 말 한마디일 뿐인데 그 한마디에 정말이지 힘이 난다. 물론 “그만하고 그냥 집으로 가라”고 기운을 빼는 동지들도 있다. <br><br>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아침 출투를 끝냈다. <br> <br>점심시간에는 3공장 의장부 식당 앞에서 피켓팅을 했다. 중식투쟁을 마치고는 현장을 순회하면서 동료들을 만났다. 동료들이 “날씨 추우니 옷 많이 입어라. 천막은 지낼 만하냐, 추운데 고생한다, 사측이 침탈할 것인데 걱정된다” 등등 한 보따리의 격려를 쏟아냈다. 현장순회투쟁을 마치고 천막으로 돌아와 일일투쟁보고서를 작성하고 하루를 정리했다.
<br><br>날씨가 춥다. 몸이 힘들다. 또한 많은 고민들이 괴롭힌다. 그러나 이 투쟁은 너무나 정당한 투쟁이다. 포기할 수 없다. 앞으로 제2의 제3의 경남산업과 같은 방법으로 노동자를 길거리로 내모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포기할 수 없다. 그리고 우리 비정규직노동자들도 해고에 맞서 한치의 물러섬없이 끝까지 투쟁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남겨야 한다. 우린 해고자지만 이미 승리했다. 시련을 당했어도 그 시련을 넘고자 하기 때문이다. 동지들! 물러서지 않고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 그래서 반드시 현장으로 돌아갈 것이다. 투쟁, 단결투쟁!<br>
2008년 1월24일
전국금속노조 현대자동차비정규직지회
투쟁하는 경남해고자 일동
|
6499
325
8
[도장3부 16일차투쟁보고] 강추위보다 더 싸늘한 원청관리자들의 감시와 사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