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남복직투쟁 설연휴 보고]멈춘 공장, 노동자가 세상의 주인임을 드러내다.
2월6일. 공장이 멈춘 적막한 하루!
노동자들이 휴가를 갔다. 공장의 라인이 멈췄고 노동자들은 없다. 텅 빈 공장에서 맞이하는 아침의 적막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우리들은 천막을 지킨다. 아무도 없어도 천막농성은 계속 되어야 한다. 휴식을 취하거나 명절을 보낼 여유가 없다. 천막침탈을 막아내야 한다. 너무도 정당하고 절박한 투쟁이기에 잠시라도 중단할 수 없다. 간간히 구내버스가 지나간다. 버스 안에도 사람들은 거의 없다. 그래도 오늘은 그나마 버스가 운행되지만 설날인 내일도 운행할까? 기사들도 휴가가야겠지? 궁금하다.
노동자들이 없는 공장에 있노라면, 세상의 주인이 누구인지 분명하게 알 수 있다. 노동자들이 없는 공장은 죽음의 공장이다. 모든 것이 멈춘다. 공장 안에는 적막만이 맴돌 뿐이다.
아침에 출근하는 사람이 없다. 그리고 식당에도 마찬가지이다. 일부 경비들과 관리자, 그리고 청소 및 공장기계를 수리하기 위해 출근한 사람들뿐이다. 아침에 공사를 하는 관계로 전기를 차단했다. 천막 역시 전기 공급이 잠수 중단되었다. 너무 추워서 지회로 잠시 몸을 피했다. 지회에서 신문, 유인물, 책 등을 보며 시간을 보낸 후 다시 천막으로 돌아와 농성을 이어갔다.
2월 7일. 구내버스가 멈췄다. 구내버스도 오늘은 설을 보낸다.
기온이 갑자기 뚝 떨어졌다. 칼바람이 불어온다. 새벽에 몇 번이나 잠을 깼다. 야간에도 팽팽 돌아가는 이 공장, 천막에서의 밤은 공장과 함께 움직인다. 소음으로 잠을 제대로 이룰 수 없다. 그런데 오늘 새벽은 그 반대의 현상이 일어났다. 그래서 자주 잠을 깼다. 너무 조용하다. 새벽에 경비들의 차량인지는 알 수 없지만 차량들이 정기적인 간격으로 돌았다.
설날 아침, 세상이 이만큼 조용한 적이 있었던가! 조용한 세상 참 이상하다. 꼭 외딴 섬에 있는 기분이다. 아무 소리도 안 들린다. 간혹 가다 콤프레셔 소리만 들릴 뿐이다. 괜히 마음이 싱숭생숭해진다. 우울한 기분도 들고, 왜 이곳에 있냐는 생각이 밀려든다. 다른 동료들은 가족들과 같이 있을텐데...
그 나마 친구들에게서 연락이 온다. 명절 인사다. 만약 지금 있는 곳이 투쟁하는 장소가 아니고 정말 섬이라면, 미처 버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농성장이다. 그리고 혼자가 아니다. 옆에 든든한 동료가 있다. 그나마 다행이다.
만약 혼자서 투쟁한다면 정말 해낼 수 있을까? 혼자서 투쟁을 하거나 했던 수많은 동지들에 대한 존경심이 절로 생긴다. 이 투쟁 꼭 승리해야 한다. 이제는 사측과의 싸움이 아니라 나 자신과의 싸움이다. 반드시 이겨서 현장으로 돌아가야 한다.
2008년
1월30일
전국금속노조 현대자동차비정규직지회
투쟁하는 경남해고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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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복직투쟁 설연휴] "멈춘 공장, 노동자가 세상의 주인임을 드러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