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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28 01:39: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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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학연 |
 [11.26 총파업 유인물] 노동운동, 더이상의 억압과 배제는 없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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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g>노동운동, 더이상의 억압과 배제는 없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여성 노동자의 수는 얼마나 될까?
아직까지도 노동 운동 내에서 ‘노동형제’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리고 남성 노동자들이 운동의 주축이 되어 있는 상황에서 여성 노동자가 전체 노동자의 40% 이상을 차지한다는 사실을 실감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여전히도 많은 사람들이 노동자는 남성이라는 등식을 간직한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무엇 때문일까요. 우리의 머리 속에는 실제 현실과는 상관없이, 집에서 밥 짓고 아이 기르는 아내(어머니)와 밖에 나가 돈 벌어오고 가족을 먹여 살리는 남편(아버지)의 이미지가 뿌리 깊이 각인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여성이 경제활동을 하더라도 그것은 여성의 ‘일차적 의무’인 ‘집안일’을 소홀히 하면서 해서는 안 될 부차적인 것으로 치부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성차별 이데올로기 속에 숨어있는 음모
우리는 어릴 때부터 가족, 학교, 대중매체와 언론 등을 통해 다양한 지배 이데올로기를 학습해 왔습니다. 성(차)별 이데올로기도 그 중 하나입니다. 여성과 남성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다르게 대우받고 다르게 교육 받으면서 ‘여성은 남성보다 열등한 존재’라는 허위 의식을 내면화하게 됩니다. 그 의식은 ‘고추’로부터 시작됩니다. 남자아이들은 자기 ‘고추’에 대한 어른들의 관심과 사랑에 힘입어 아랫도리 벗고 다니기, 아랫도리 벗고 사진 찍기를 예사로 하지만 여자아이들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이러한 경험으로부터 생겨난 남성들의 남근 중심성(남근 우월성)은 이후 남중, 남고 그리고 군대의 경험을 거치면서 만고불변의 진리로 가슴 속에 각인됩니다. 반면 여성은 어릴 때부터 자신의 보지를 숨겨야 할 것, 열등한 것으로 주입받으며 남성들과는 전혀 다르게 ‘원초적으로 열등한 존재로서의 여성’을 최초의 자의식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이렇게 시작된 구분과 차별의 정당화는 생애 내내 다양한 방식으로 지속됩니다. 그리고 모든 사회적 수단들이 총동원되어 만들어내고 강요하는 성역할을 자기도 모르게 체화하게 됩니다. 공격적이고 진취적이며 합리적인 남성과 부드럽고 수동적이며 감성적인 여성, 바깥일 하는 아버지와 집안일 하는 어머니 등 우리에게 주입된 남성상과 여성상은 거의 모두 사회적으로 구성된 것일 뿐입니다.
그러면 궁금해집니다. 왜 이러한 성(차)별 이데올로기가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란 말인가? 그것은 이러한 이데올로기가 자본주의 유지와 발전에 도움이 되고 있고 그래서 자본과 정권이 앞장서서 유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성에 대한 구조적인 차별은 노동시장에서 여성 임금을 낮추는 동시에, 가사일과 자녀양육을 개별 가정의 여성들에게 떠넘겨 노동력 재생산에 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줄여줍니다. 즉 자본의 비용 절감에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여남 차별은 여성 노동자와 남성 노동자의 단결을 막는 주요한 기제로 작용해 오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구조적 차별 속에서 성폭력, 강간, 성매매 등이 암묵적으로 용인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노동 운동, 더 많은 성찰과 혁신이 필요하다
이 사회의 변혁을 위해 투쟁하는 노동자들은 계급지배의 영속화를 위한 이러한 지배이데올로기에 맞서 단호하게 투쟁해야만 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러하지가 못합니다. 많은 남성 노동자들 사이에서, 더 나아가 사회를 변혁하겠다는 운동사회 안에서도 성차별적 의식은 만연해 있습니다. 운동 사회 내의 강간, 성폭력은 말할 것도 없고 집회 등에서 사용되는 많은 구호와 욕설들이 이러한 이데올로기를 무비판적으로 수용, 재생산하고 있습니다.
단적으로 올해 택시 노동자 집회에서 한 동지가 외쳤던 구호, “부가세는 내 마누라야. 내 마누라는 내가 조져야지 남이 조지면 씨*이야” 와 이번 전노투 독자집회 때 사회자 동지가 외쳤던 구호, “* 빠지게 일했더니 비정규직이 웬 말이냐 씨*”은 전형적으로 노동자들을 남성 주체화하는 것들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당시 이 구호들이 집회 참가자들의 열광적인 호응을 이끌어냈던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투쟁하는 많은 남성 노동자가 여성을 남성의 소유물 쯤으로 인식하거나 투쟁의 주체를 남성으로만 한정시키는 것에 대해 별다른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러한 남성 중심적인 운동 문화와 더불어 일상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물리적, 언어적 성폭력(‘김정수 사건’에서처럼 구체적 상황과 맥락에 따라 특정한 욕설이나 말이 상대방에게 성적 모멸감과 공포심을 심어줄 수 있으며 이것은 명백한 성폭력으로 규정해야 합니다. - 김정수 언어 성폭력 사건 대책위 홈페이지 http://kjs.jinbo.net)은 여성과 소수자를 억압함으로써 그들이 당당한 운동의 주체로 자리매김하는 데 지대한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여성과 남성의 단결을 막고 변혁의 속도를 늦추는 데도 일조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투쟁은 단지 남성 노동자들만의 해방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여성 노동자, 남성 노동자 더 나아가 억압당하는 피지배자들의 보편적 해방을 향해 투쟁의 방향각을 세워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일상의 말 한 마디, 행동 하나에서부터 무수한 지배 이데올로기들을 깨나가기 위한 의식적 실천을 조직해야만 합니다. 물론 수 십 년 동안 몸과 마음에 달라붙은 지배계급의 오염물이 쉽게 떨어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만큼 끈질긴 노력과 투쟁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남성 중심적인 운동 사회의 문화를 혁신해 나가기 위한 이러한 끈질긴 투쟁, 여성과 남성이 진정한 동지로 서기 위한 투쟁은 곧 변혁의 든든한 밑거름이 될 것임을 확신합니다. 지금, 바로 나부터 투쟁을 시작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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