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명 서
비정규직 철폐투쟁으로 정면돌파 할 때이다.
한진중공업 마산공장 비정규직 노동자 김춘봉 동지의 죽음앞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김춘봉 동지의 죽음은 지난 2002년부터 구체화된 한진중공업 내 구조조정
과정에서 이미 예견된 것이며, 당시 마산공장 폐쇄에 맞서 구조조정 저지 싸움
한번 해보지 못한 결과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김춘봉 동지와 마찬가지로 한진중공업 내 이미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과 같은 노동을 하면서도 계약직이란 이유로 차별받고 고된
노동에 날품을 팔아야 하는 처지이다. 이미 차별을 용인한 사회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할 권리를 박탈하는 재계약 거부는 인간으로 사는 것을
포기하라는 사형선고와 같다. 김춘봉 동지가 유서에서 밝힌 “비정규직이란
직업이 정말로 무섭다.” 라는 말은 죽음외에 선택할 것이 없는 이 사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실상을 낱낱이 보여주는 것이다.
2002년 한진중공업 구조조정에 맞서 김주익 열사가 투쟁하던 중 85호 크레인에
올랐다. 열사의 죽음을 통해 쟁취한 손배가압류 철회, 부당노동행위 근절과
고용안정 확약에도 불구하고, 그 사각지대에서 일상적인 고용불안 상태로 회사의
눈치를 보며 전쟁같은 생명을 연장해야 하는 노동자들이 오히려 대다수이다.
우리 사회 비정규직의 문제는 자본의 새로운 착취 구조에 기인하며, 이를 원할히
하기 위한 노동자 분열의 핵심이다. 이에 대한 노동자 계급의 자기 이해와 조직적
투쟁이 없으면 노동자라는 존재로서의 정체성 마져 상실한 채 노예의 굴레를
반복해 나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김춘봉 동지의 죽음은 단순히 생계가 막막했던 한 개인의 억울한 죽음이 아니다.
현재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처철한 자기
희생이었으며, 마지막 순간에 자신과 같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인간다운 삶을
열망하였던 순수한 외침이었던 것이다. 이에 우리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계속
죽어갈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진지하게 성찰하고 그 분열의 핵심을 갈라 나가는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지금은 김주익 열사의 죽음을 넘어 이제 비정규직 철폐 투쟁으로 정면돌파 해야
할 때이다.
2004년 12월 28일
부산경남울산 열사정신계승사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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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 한진중공업 비정규직 노동자 김춘봉 동지의 죽음 앞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