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열사 특별호에 실린 현장 하청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쓰여진 글입니다. 박일수 열사의 살아 생전의 투쟁의 기록입니다. 전국의 동지들이 박일수 열사 2주기를 맞아 열사정신을 되돌아보는 자료로 참조하셨으면 합니다.
- 살아 생전의 투쟁 기록
2년이 다가오는 지금, 현장에 있는 우리 하청 노동자들에게 박일수 열사는 과연 무엇으로 남아있는가? 박일수 열사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아마 이름 정도는 기억하는 사람, 알고는 있어도 “먹고 사는 문제”에 하등의 도움도 되지 않는다고 불신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박일수 열사는 현대중공업에서 일하는 하청노동자들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하루 종일 얼굴이 붉게 달아 오를 정도로 지져되던 용접사였고 술이 얼큰하게 달아 오르면 기타를 치며 정말 걸죽한 노래를 부를 줄 아는 멋이 있었고 집에 찾아 오는 동료들을 위해 손맞 좋은 음식을 만들 수 있는 정이 많은 분이었다. 박일수 열사가 우리 하청노동자들과 단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부당한 것에 대해서는 부당하다고 이야기할 줄 알았으며 직접 행동으로 항의할 수 있는 용기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현대자본과 인터기업 관리자들의 모진 탄압 앞에서도 결코 투쟁을 포기하지 않은 비타협적 투쟁 정신의 소유자였다.
우리가 박일수 열사의 정신을 계승하는 것은 단순히 이름 석자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박일수 열사가 스스로의 삶을 변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들의 권리를 찾기 위한 열사의 투쟁을 평가하고 이 투쟁 속에서 교훈을 이끌어 냄으로써 이후 투쟁을 위한 과제를 정식화하고 준비하는 것이다.
2002년 12월 인터기업 하청노동자들의 소급분 쟁취 투쟁
아침 조회 시간에 인터기업 사장 박진영은 원청에서 기성을 줄때 소급분을 주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했다. 고 박일수 열사는 만약 기성에 소급분을 지급했다는 것을 확인한다면 소급분을 주겠냐고 항의했고 박진영은 주겠다고 약속했다. 고 박일수 열사와 공개조합원인 박규영 동지 등이 두근거리고 긴장된 마음으로 운영지원부를 찾아갔다. 운영지원부 부장은 기성에 소급분을 포함해 지급했다. 박진영을 도둑놈이라고 규정했다고 한다. 이날 저녁 고 박일수 열사는 의장 소속 하청동료들을 소집했고 이 사실을 폭로했다. 이 자리에서 하청동료들은 작업거부를 결의했고 다음날 그 약속을 지켰던 것이다.
2002년 12월 26일 인터기업 의장부 소속 하청노동자들은 탈의장에 도착해서 작업복으로 갈아 입지 않고 작업거부 투쟁에 돌입했다. “일당들의 소급분을 지급하라” 인터기업 사장 박진영은 탈의장에 나타나지도 않았고 빼째라고 요구를 거부했다. 원청 부서 관리자들이 탈의장에 나타나 어르고 달래고 온갖 협박까지 했으나 인터기업 의장부 소속 하청노동자들은 결코 흔들리지 않았고 박일수 열사를 중심으로 튼튼하게 단결을 유지했다. 점심시간이 지나고 긴장되고 불안한 시간이 지나갔지만 마침내 인터기업 박진영 사장은 인터기업 의장부 소속 일당 하청노동자들에게 소급분을 줄 수밖에 없었다.
인터기업 하청노동자들의 소급분 쟁취투쟁은 기간 하청노동자들의 익숙한 저항의 방법이었던 제끼는 방식, 하루 일당을 버리는 방식, 현장 밖으로 나오는 방식이 아니라 바로 현장 안에서 당당하게 소급분을 요구하며 작업거부에 들어갔으며 원청의 회유와 협박 속에서도 단결을 유지했던 업체 요구투쟁의 전형적인 방법을 보여주었다.
2002년, 인터기업 하청노동자들의 소급분 쟁취투쟁은 21C에 들어와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들의 집단적인 행동을 통한 최초의 투쟁 승리였고 현장안에서의 하청노동자들에 의한 집단적인 행동, 투쟁만이 사측을 두려움에 떨게 하고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였다.
한마음회 활동
소급분 쟁취 투쟁의 승리의 그날, 박일수 열사는 동료들에게 모임을 제안했고 그 때 만들어진 모임이 바로 한마음회였다. 한마음회는 인터기업 소속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조선사업부와 해양사업부를 포괄하는 용접, 취부사, 그라인더공이 참여했다. 초창기에는 60여명에 육박할 정도로 활발한 모임을 가졌다.
한마음회는 현 노동조합 상집간부들도 참여했다. 한마음회는 회원 사이의 취업 정보와 알선, 친목을 도모했지만 모임에 소속된 용기있고 믿음직한 회원들을 중심으로 한 사내하청노조건설의 현장 주체로의 발전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박일수 열사는 한마음회를 소집하고 운영하면서 근로기준법에 보장되어 있는 권리를 찾기 위한 노력들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스스로가 노동법을 공부했고 메모했으며 잘 모르고 막히는 것이 있으면 지역 노동상당소, 비정규직 센터, 변호사를 찾아가 자문을 구하고 투쟁의 방법을 찾았다. 나아가 현대중공업과 업체에서 자행하는 있는 탈법적인 행위에 맞서 정당한 권리를 찾기 위한 실천 투쟁도 계획하고 조직했다. 그것이 아래에서 소개하는 2003년 노동기본권 쟁취 투쟁이었다.
기간 [현중사내하청노동자모임]이 소규모 계모임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또한 존속 기간도 짧았던 데 비해 한마음회는 인터기업 소급분 쟁취 투쟁의 소중한 현장투쟁의 경험과 그 승리를 바탕으로 한 대중적인 규모의 현장모임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인터기업에서는 한마음회의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 직접적인 방식으로 탄압을 할 수가 없었다. 박일수 열사는 하청노동자들의 인간다운 삶과 법에 보장되어 있는 권리를 찾기 위한 가장 구체적인 방법으로 노동조합 건설의 필요성을 자각했었고 [현중사내하청노동자모임}과의 연대 속에서 한마음회를 사내하청노조 건설의 현장 기반으로 발전시키려고 노력 했었다.
박일수 열사가 제안하고 소집하고 운영했던 한마음회는 사내하청노조 건설의 소중한 토대였을 뿐만 아니라 한마음회를 통해 많은 활동가들을 배출했다. 한마음회에 소속되었던 노동자들 중에 많은 동지들이 작년 건설플랜트의 총파업의 선봉에 서서 투쟁하였고 건설플랜트 노동조합의 핵심적인 활동가들로 활동하고 있다.
박일수 열사가 소집하고 운영했던 한마음회의 경험은 우리에게 많은 것은 가르쳐 주고 있다. 하청노동자들 개개인들은 정말 보잘것 없는, 그래서 소모품처럼 버려지는 존재이다. 살아 남기 위해서는 동료들과 경쟁해야 한다. 단결은 꿈도 꾸지 못한다. 모래알처럼 흩어진 하청노동자들의 존재는 그 수가 아무리 많아도 결코 현대자본이나 업체 관리자들이 두려워하지 않는다. 하지만 모래알처럼 흩어진 우리 하청노동자들이 한마음회처럼 대중적인 규모로 모인다면 상황이 180도로 바뀐다. 업체 관리자들은 두려움게 뜰게 될 것이며 단결된 하청노동자들은 이제 자신의 요구를 내걸고 당당하게 자신의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현장의 하청 조합원 동지들은 박일수 열사가 소집하고 운영했던 한마음회처럼 조합원들을 중심으로한 현장 모임을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 정기적인 모임을 소집하고 이 모임에서 업체 업종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문제들에 대해 정보를 취합하고 권리를 찾기 위한 노동법 학습과 투쟁을 계획할 수 있어야 한다. 단결하는 하청노동자는 모든 것을 얻을 것이고 단결하지 못하는 하청노동자는 모든 권리로부터 박탈당한 채 소모품처럼 쓰다 버리는 존재로 살아갈 수 밖에 없다.
2003년 노동기본권 쟁취 투쟁
박일수 열사는 인터기업 의장부 업체 동료들, 일당직 노동자들이 근로기준법상 보장되어 있는 ▲ 주차, 월차, 연차 지급 ▲휴일근무 및 연장근로가산임금 지급 ▲ 예비군 훈련 및 법정시간에 준한 임금 보전 ▲ 설 휴가 및 하기 휴가시 70% 유급 적용 등 요구안을 마련하고 70여명의 동료들을 대상으로 요구안에 기명 싸인하도록 하고 박일수 열사 자신이 동료들의 대표자로서 사장과 교섭을 시작했다.
인터기업 사장은 교묘하게 교섭 자리에서 업체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한 달의 시간을 주면 좋은 소식을 주기 위해 노력한다는 말로 박일수 열사를 회유했다. 협상 자리에서 인터기업 사장과 관리자들은 박일수 열사를 기만하면서 뒤로는 업체 동료들을 개별적인 미팅하고 회유와 협박을 통해 기명 싸인을 철회시켰다. 박일수 열사와 함께 한다면 불이익(물량이 없기 때문에 해고시키겠다)을 주겠다면서 협박했다. 박일수 열사와 업체 동료들을 분리시키고 이간질 시키는 전형적인 사측의 탄압이 자행되었다.
박일수 열사의 노동기본권 쟁취 투쟁은 사측의 탄압과 업체 동료들의 침묵 속에서 정말 외롭게 진행되었다. 업체 동료들은 박일수 열사를 쳐다 보기만 했지 박일수 열사와 함께 주체적인 투쟁을 조직하지 않았다. 박일수 열사도 투쟁 경험이 많이 없었기 때문에 사측의 기만적인 회유와 집요한 탄압 방식에 대해서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고 업체 동료들을 행동으로 조직하는 시기를 놓침으로써 업체 전체의 투쟁으로 확대하지 못하고 고립되었다. 누워서 떨어지는 감만 쳐다보는 업체 동료들의 수동적인 자세, 그리고 박일수 열사 혼자의 힘으로는 사측의 집요한 탄압을 뚫고 일어설 수가 없었다.
박일수 열사는 사측의 탄압을 폭로하고 하청노동자들의 단결을 호소하기 위해 [다시 한 번 묻는다. 하청노동자 다 죽일거냐고}제하의 전공장 기명 유인물을 배포한다. “자칭 세계1등 조선소 현대조선소에게, 인터기업 사장은 각오하라, 최윤석 집행부는 무엇을 하고 있느냐” 등 소제목을 통해 “연말 성과금, 설,휴가, 하기휴기비 지급, 일당(상용일급제)직의 주차, 월차, 연차, 연장근로가산임금, 예비군훈련 법정 근로시간 인정”을 요구하며 직영노동조합에게는 “노동자는 하나다”라는 진실을 호소한다. 그러나 박일수 열사의 외로운 투쟁은 하청노동자들의 가슴을 두드리고 행동을 조직하지는 못했다. 오히려 인터기업에서는 불법유인물 배포 명목으로 오히려 해고 협박 등 탄압을 자행한다.
박일수 열사의 노동기본권 쟁취 투쟁은 승리하지 못했다. 그것은 사측의 탄압이 강했기 때문이 아니라 하청노동자들이 단결하지 못한 것이 핵심이다. 만약 인터기업 하청노동자들이 소급분 쟁취 투쟁 때처럼 박일수 열사를 중심으로 단결하고, 사측의 탄압 앞에서도 단결을 유지할 수 있었다면 반드시 승리할 수 있는 투쟁이었다. 왜냐하면 박일수 열사의 노동기본권 쟁취 투쟁은 근로기준법에 나와 있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요구했던 정당한 투쟁이었기 때문이다.
박일수 열사가 노동기본권 쟁취 투쟁을 통해서 요구했던 “일당직 노동자들의 주차, 월차, 연차, 연장근로가산임금 퇴직금”과 “연말 성과금과 명절 귀향비 및 하기 휴가 유급 적용” 등의 요구들은 2005년 지금도 우리 하청노동자들이 가장 주요한 요구로 제기되고 있다. 2005년 연말 성과금을 목빠지게 기다렸지만 손 쪽쪽 빨고 퇴근해야 했던 우리 하청노동자들의 서러움과 박탈감은 아직도 지속되고 있다. 연말 성과금을 주니 안주니 하면서 아직도 현대중공업은 단결하지 못하는 우리 하청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장난을 치고 있다.
박일수 열사의 노동기본권 쟁취 투쟁은 비록 승리하지 못했지만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박일수 열사가 제기했던 요구들은 지금도 지켜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며 현대중공업 모든 하청노동자들의 요구이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하청노동자들이 박일수 열사의 못다한 노동기본권 쟁취 투쟁을 계승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 하청노동자들이 현장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단결하고, 사측의 탄압 앞에서도 단결을 유지 하고 아니 더욱 확대하여 투쟁하는 길만이 박일수 열사가 못 다 이룬 투쟁을 승리하는 길이다. 또한 투쟁의 승리를 발판으로 노동시간 단축, 노동삼권 보장, 등 하청노동자들의 단결과 투쟁을 강화시킬 수 있는 제권리의 보장으로 우리의 요구안을 확대하여 가자.
내가 먼저 결단하고 실천하자.
하청노동자의 권리는 오직 하청 노동자 스스로의 단결과 투쟁을 통해서만 쟁취될 수 있다. 남이 해주기를 기다린다면, 자신은 조금도 피해보고 싶지 않고 뒤에서 짱만 본다면 하청 신세는 영원히 지속될 것이다. 왜냐하면 하청노동자들의 이해와 요구를 대변하는 조합원들은 고립되고 현장 밖으로 쫒겨날 것이고 현장 하청노동자들 곁에 투쟁하는 조합원들이 없다면 현장의 하청노동자들은 잎도 벌리지 못할만큼 침묵을 강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박일수 열사의 정신을 계승하는 것은 누가 해 주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먼저 결단하고 노동조합으로 단결하는 것이다. 옆에 있는 동료들을 설득하고 또한 설득하여 단결을 더욱 확대하는 길이다. 나아가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들의 자신의 공동의 요구를 정식화하고 요구안을 중심으로 노동조합으로 단결하고 전공장적 투쟁을 조직하는 것, 자신의 요구를 현장 대중투쟁을 통해서 쟁취하는 것, 이 투쟁의 결과 단결을 강화할 수 있는 제권리를 획득하는 것이다.
박일수 열사 2주기인 오늘,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 동지들, 내가 먼저 결단하고 실천하자. 우리가 단결한다면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 투쟁!!
|
|
|
6499
325
204
'투쟁조직가'로서의 박일수 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