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급적 금속산별 건설을 위하여
지난 6월 30일 금속산별 동시총회를 통해 약 13만의 조합원을 가진 단일노조가 만들어졌다. 곧 해산할 금속연맹과 금속노조는 새로이 만들어질 산별노조의 틀거리를 짜는데 집중하고 있다. 금속산별 이후로 공공, 화섬 등 다른 연맹들도 산별로의 전환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금속산별이 어떤 모습으로 규정지어지느냐에 따라 산별전환을 앞두고 있는 다른 노조의 모습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현재 논의의 중요성은 더욱 증폭된다 하겠다. 그러나 현재 금속노조에서 논의되고 있는 조직틀은 이후 정권, 자본에 대항하여 거대한 무기가 될 수 있는 산별노조가 아닌 적들의 하위파트너로, 계급성을 거세당한 하나의 커다란 관료조직으로 전락할 심각한 문제점들을 안고 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조직틀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파악하고 조속한 시정이 시급히 필요하다.
1. 하부단위의 파업권 교섭권을 인정하여야 한다.
서구 산별노조의 특징은 노사관계 안정이다. 서구 산별의 거대한 조직은 투쟁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닌, 정부?자본과의 교섭력을 높이기 위해 존재하고 있다. 파업권은 산별중앙에만 있기 때문에 파업은 거의 하지 않는다. 파업을 한다고 해도 자본이 원하는 대로 자본에 타격을 덜 가게 하는 형식적인 파업, 이른바 ‘지명경고파업’으로 199*년에 독일금속노조의 출범 이후 수십 년 만에 단 한번의 파업이 있었을 뿐으로 금속노조는 대중파업을 자제하고 생산성향상에 협조하고 있다.
남한의 산별주의자들은 바로 이 독일식 관료적 산별노조를 모델로 하고 있다. 투쟁이 아닌 교섭중심의 관료조직은 자본가들도 환영하는 바로, 현재 겉으로는 엄살을 부리고 있지만 속으로는 산별도입에 대해 쾌재를 부르고 있는 것이다. 파업을 자제하고 이중교섭 이중파업이 없는 교섭구조로 중앙 상층지도부와의 우선협약이 모든 사업장까지 효력을 미치고 통제 할 수 있는 교섭구조로 만들어질 것을 강력히 희망하고 있고, 산별주의자들은 충실히 이 길을 따라가려하고 있다.
산별노조가 진정 거대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하여 정권과 자본의 착취에 대해 일격을 가하려한다면 공동투쟁을 조직하는 전투체계로 조직을 구성해야 한다. 특히 자본의 구조조정이 개별사업장에서 각개적으로 들어오는 상황에서 현장중심의 투쟁은 산별노조의 계급성을 견지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지부뿐만 아니라 지회단위의 교섭권, 파업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금속노조의 지난 논의과정에서는 지회단위의 교섭권, 파업권에 대한 보장이 언급되어 있었으나, 논의가 진행될수록 이것이 희석되고 있다. 거대 금속노조의 출범을 앞두고 다시 한번 쐐기를 박자! 현장의 교섭권, 파업권이 없다면 산별노조는 전투성을 상실한 하나의 거대한 교섭단체가 되고 말 것이다!
2. 기업 지부는 절대로 인정되어서는 안 된다.
금속노조는 조직구성의 지역을 근간으로 한 수직체계로 본조-지부-지회로의 구성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6월말 대거 입성한 현자, 대자, 기아차 등 대기업노조들의 입김 속에서 금속노조는 “3년간의 한시적인 기업지부 병행”이라는 원칙을 거스른 절충안을 제출하고 있다. 금속노조는 첫째, 조합원들의 참여에 의해 진행되는 직접 민주주의의 터전이 지역이고, 둘째, 일상 활동의 중심지가 지역이며, 셋째, 파업투쟁 시 기본적인 조직단위가 지역이기 때문에 지역지부가 금속노조의 중심이라고 말하고 있으면서도 기업지부를 인정하는 것은 실로 이율배반적이라 할 수 있다.
투쟁을 통한 조직건설이 아닌 조직통합, 조직변경을 통한 산별건설에 대한 비판을 뒤로하고 굳건히 산별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소위 산별주의자들의 주장이 무엇이었는가? 바로 기업별노조의 단점인 사업장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서 더 많은 노동자를 조직하고, 연대투쟁의 풍토를 조성하고, 교섭력의 극대화를 통해 노동자의 조직력을 배가한다는 것 아니었는가? 이를 위해서 내용적으로는 투쟁을 통해 건설해야 하며, 형식적으로는 기업을 벗어나 지역을 중심으로 조직체계를 재편하여 지역중심의 투쟁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마땅하다 할 것이다. 한데 대공장노조들의 힘에 의해 금속노조 절반이 넘는 조합원들이 기업지부로 남게 되었다는 것은 산별주의자들이 그토록 주장하던 진정한 산별노조가 아닌 무늬만 산별인 노조를 의미하는 것이다.
또한 금속노조는 기업지부를 인정하는 것에 대한 비판을 의식해서인지 기업지부의 해당 지역지부 회의에의 참석, 재정 20%를 지역지부에 불출하는 것을 보완책으로 넣고 있다. 각 위원회 별로 3년 후 기업지부가 자동으로 지역지부로 편재될 수 있도록 안을 마련키로 한 바 있으나, 재정위원회의 경우만 3년 동안 지역지부로 불출하는 재정을 점점 확대, 이양하는 안을 제시할 뿐 타 위원회의 경우 어떠한 고민도 제출하지 않고 있다. 건설당시부터 지역지부를 뿌리박지 못한다면 3년 후라고 지역지부를 만들 수는 없다는 것이다. 기업지부의 한시적 인정은 3년 후에도 기업지부를 온존시키는 결과를 낳거나, 지역지부로 가는 것을 저항하는 대기업의 이탈을 가져 올 것이 명약관화하다. 3년 내내 지분다툼으로 시간을 낭비할 것이라면 지금 당장 산별노조를 때려치워라! 기업지부를 없애고 전 사업장의 지역지부로의 편재로 지역을 투쟁의 매개체로 하는 산별노조를 만들어야 한다!
3. 대의원 구성은 상박하후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
금속노조는 대의원 배정에 있어서 조합원 200명당 한명을 지부단위에 배정하며, 대의원은 직선으로 선출하는 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대한 세부내용으로 대의원의 30%를 소수자(여성, 비정규, 중소영세)할당으로 배정하는 안이 쟁점화 되고 있다. 새로 구성되는 산별노조의 민주성과 내용성을 담보하기위해 대의원구성은 어떠해야 할 것인가?
먼저 조합원 200명당 대의원 한명으로 제시된 안은 그대로 가야한다. 일부의견은 200명당 한 명으로 하면 대의원수가 700여명으로 대의원 수가 많아서 그 운영이 원할치 못할 것이라는 이유로 3~400명당 한명을 주장하기도 하지만 이는 잘못된 주장이다. 대의원수가 많은 것과 운영과는 큰 관계가 없다. 민주노총이 대의원수가 1000명이 넘어서 대의원대회를 운영하지 못하고 있는가? 대의원대회의 운영에서 문제점은 기술적인 것이 아니고 대의원대회가 거수기 역할을 하거나, 현장의 외침과 투쟁의 외침이 묵살되고 토론되지 않는 것이 아닌가? 700명의 숫자와 원활한 운영은 아무런 관계가 없으며 산별의 관료화를 견제하기 위해서 오히려 최대한 더 많은 조합원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하고 민주성과 현장성을 담보하는 방향으로 산별조직의 모습이 짜여져야 한다.
현재 금속노조내의 조직화된 비정규직의 숫자는 5000명이 채 되지 못한다. 이와 비교해 올해 말까지 금속연맹의 미전환 사업장까지 전부 산별전환을 한다면 금속노조 전체 조합원수는 15만을 육박할 예정이다. 금속노조의 대의원배정을 200명당 한명으로 모든 사업장에 적용한다면 비정규직 대의원은 20여명에 불과할 것이고, 기업지부를 주장하고 있는 자동차산업 대기업 조합원만 해도 현재 86,000명으로 이들 대의원 수는 전체 대의원의 과반 이상인 약 430명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단순한 숫자로 대의원을 배정했을 경우에 기조직된 노동자는 적지만 전체 금속노동자의 2/3를 넘는 중소, 영세, 비정규직 노동자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힘들게 된다. 대기업의 입김이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금속연맹조차 대의원배정에 있어서 역비례제를 채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찌하여 산별노조가 이보다도 후퇴하려 하는 것인가?
따라서 금속노조가 보다 계급성을 견지한 올바른 내용으로 가고자 한다면 대의원배정에 있어서 상박하후의 원칙을 관철시켜야 한다. 조합원이 많은 대공장 정규직의 대의원 배정을 줄이고, 비정규직, 중소영세 사업장의 대의원수를 늘려야 한다. 현재 금속노조가 4만이고, 올해 전환된 대기업과 이후 전환이 예정되고 있는 대기업 노조를 합하면 11만을 육박한다. 이후 꾸려지는 금속노조는 대의원 2/3이상이 대기업대의원으로 구성되게 되며, 이는 곧 새로이 출범하는 산별노조가 구조적으로 대공장의 이해와 요구에 의해 움직일 수밖에 없는 체계로 고정됨을 의미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금속노조의 대의원조직은 반드시 상박하후의 원칙으로 대의원구성을 해야 한다. 대의원이 골간에 뿌리를 두고 현장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아내는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조합원 숫자와 관계없이 지회 단위에는 최소 1인의 대의원을 배정해야 한다. 또한 대기업에는 200인당 1명의 대의원 배정이 아닌 그보다 많은 인원당 1명의 대의원배정을 해야 하며, 중소?영세?비정규 노동자들에게는 보다 많은 대의원 배정을 하여 대의원대회를 골간의 문제의식과 투쟁이 반영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중앙위원회는 대의원대회 다음가는 최고의사결정기관으로 현재 금속노조 안에서는 2000명당 1명으로 조합원직접선출 안이 제출되어있다. 중앙위원회도 대기업 뿐이 아닌 중소, 영세 비정규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담기위해서는 대의원과 마찬가지로 상박하후의 원칙이 견지되어야 할 것이다.
4. 비정규직 단위는 정규직과 같은 단위에 편재해야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율이 60%를 육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속산업에 있어서도 사내하청, 불법파견, 용역 등의 다양한 비정규직노동자들이 과반수를 넘고 있으나 노동3권조차 위협당하고 있는 이들에 대한 조직은 정규직노동자에 비해 더욱 어렵고 힘든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역경을 뚫고 금속산업에서도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가 사내하청업체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조직되어 있는 5000여명과 이후 조직되어야 할 비정규직 단위에 대한 조직 편재안에 논의되고 있다. 1안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별도로 지역단위로 편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별도편재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보완하게 위해 공동교섭단과 사업단을 본조의 관장 하에 두겠다고 한다. 반면 2안은 정규직 비정규직 공히 기업단위로 편재를 주장한다.
외형적으로 볼 때 이 쟁점은 기업지부냐 지역지부냐로 대립되는 지부구성문제처럼 지역편재를 주장하는 1안이 산별정신에 더욱 부합하는 것처럼 보여 지고 있다. 그러나 이 쟁점은 동일한 사업장에 존재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어떻게 편재하느냐가 핵심이다. 그러하기에 비정규직 단위만을 위한 지역편재의 주장은 논의에서 한참 빗나간 것이다. 이러한 주장의 뒷면에는 비정규직과 정규직을 하나의 조직체계로 구성하는 것에 반대하는 정규직노조의 기득권 보호라는 냄새나는 의도가 존재하고 있다. 대사업장 정규직노조는 기업지부를 주장하는 반면 비정규직은 지역별편재를 주장하는 이 모순을 우리는 산별원칙에 입각하여 정규직, 비정규직 모두 지역별 편재를 하여 동일사업장에 있는 정규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단일하게 조직하는 것으로 해결해야 한다. 기업지부를 인정한 채 비정규직 단위의 지역지부로의 편재를 주장하는 것은 자신들의 의도를 산별정신에 부합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한 말장난일 뿐이다.
또한 1안 주장의 근거로 비정규직 문제는 전체 자본과 정권과의 문제로 풀어야 하지 기업별로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렇다. 비정규직 문제는 결코 기업별 대응으로는 맞설 수 없다. 그러나 이는 산별노조가 비정규직철폐를 정면에 내걸고 자본과 정권에 맞서 정면 돌파를 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지 비정규직과 정규직노동자의 분리된 조직형태의 근거일 수는 없지 않은가?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조직과 요구와 투쟁이 분리된 채 존재하면서 전체 자본과 정권에 맞서 비정규직 철폐를 주장한다고 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것인가? 지역편재를 주장하고 전체 자본과 정권과의 투쟁을 말한다고 1안이 안고 있는 정규직 기득권의 내용은 결코 감추어지지 않는다. 기업지부의 주장과 업종본부의 주장에 더해 비정규직 노동자의 편재마저 거부하는 산별노조가 과연 무늬조차 있는 것인가?
금속노조에 이어 운수노조도 전국철도노조가 운수산업노조로 조직전환투표를 마침에따라 11월 30일 출범을 앞두고 있다. 다른 산별노조 진행사항과 그 평가, 그리고 남한노동운동에서의 산별노조 평가와 대안제시는 추후에 연재하도록 하겠다.
노동해방일보(一步) |
|
|
6499
325
13
계급적 산별건설을 위하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