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시간이 없다.
현자노조는 시급히 투쟁에 나서야 한다!!
1. 현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원하청 자본의 무자비한 탄압으로 무너져가고 있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정규직 노조는 즉각적이고 단호한 대응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연대하고 투쟁하겠다’는 말만 있을 뿐, 다 깨져나가고 있는 이 마당에서도 현장에 아무런 구체적인 투쟁지침을 내리지 않고 있다.
파업과 잔업거부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대체인력 투입이 현장 곳곳에서 이루어졌고, 잔업거부를 조직하던 비정규 활동가들이 마구잡이로 두들겨 맞고서 들려나왔다.
84명에 이르는 고소고발, 수십억 원대로 예상되는 손배 청구, 그리고 징계위 회부 등 대량해고 협박에 이르기까지 탄압이 줄을 잇고 있다.
평화 기조의 항의집회에 대해서도 경비대를 동원하여 무자비한 폭력을 자행하는 등, 현자 자본은 이 참에 아예 비정규직 투쟁의 씨를 말리려고 작정한 듯 하다.
사측의 이 같은 자신감에 찬 도발은 어디서 온 것인가? 우리는 정규직 노조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정규직 노조가 수수방관하는 듯한 모습을 버리고 비정규직 투쟁에 대해 강력히 엄호, 지지를 천명하고 연대투쟁에 나섰다고 할 때에도 현자 자본이 이렇게 거침없이 탄압과 폭력을 자행할 수 있었을까? 단언컨대 감히 그렇게 하지 못했을 것이다.
과연 정규직 노조가 단호히 계급적 태도를 취했음에도 비정규직 조합원 최남선 동지가 ‘몇 명이라도 좋으니 연대 좀 해 달라’고 절규하며 분신하는 사태에까지 이르렀을까? 우리는 통탄스런 심정을 금할 수가 없다. 최남선 동지의 분신에서 우리는 정규직 노조의 미온적 태도에 대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느꼈을 절망감을 죄인의 심정으로 본다.
지금 현자 자본의 온갖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결연히 투쟁의지를 곧추세우고 있는 비정규직 투사들을 힘들게 하고 있는 것은 정작 탄압이나 사측의 협박이 아니라 정규직 노조의 이러한 미온적이고 방관적인 태도임을 알아야 한다.
2. 더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정규직 노조의 태도로 인해 정규직 조합원들이 대거 비정규직 투쟁에 대해 방관하고 심지어 거부 반응을 보이는 사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 동안 말만 무성하던 ‘정규직 정서’, ‘조합원 정서’라는 것이 본격적으로 비정규직 투쟁에 거대한 장벽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는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에 위협을 느낀 사측이 정규직의 고용불안을 조장하는 악선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하고, 여기에 발맞춰 어용 및 노사협조 세력들이 현장의 여론 형성을 주도해 나가는 것을 노조가 아무런 대응도 안 한 채 허용해 버렸기 때문이다.
결국 지금 비정규직 투쟁을 삼켜버릴 기세로 현장에 몰아치고 있는 ‘정규직 정서’라는 것은 정규직 노조가 이러한 악선동과 여론 몰이에 조합원들을 무방비 상태로 방치해 놓은 데서 초래된 것이다.
비정규직 노조의 투쟁에 대해 정규직 노조가 수수방관하고 있는 걸로 조합원들 눈에 비쳐지면서 사측과 노사협조 세력들의 선전선동이 급속히 조합원들에게 먹혀들어 간 것이다. 단순히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분리시켜내는 것을 넘어서 정규직 조합원들을 정규직 노조로부터도 떼어내 회사 편으로 대거 조직한 것이다.
이러다보니 비정규직 활동가들은 물론이고 비정규직 투쟁을 적극 엄호, 지원하던 정규직 활동가들마저 ‘정규직 정서’라는 거대한 장벽에 부닥쳐 당혹감과 고립감에 빠져들게 되었다.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 투쟁에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가운데 힘의 공백을 정확히 치고 들어온 사측에게 조합원들을 전취 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태가 계속된다면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의 승리는 고사하고 정규직 노조 스스로도 무력화 된 채 회사를 등에 업은 어용 및 노사협조 세력이 득세하고 현장이 완전히 사측에 의해 재편되는 상황을 맞게 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3. 더 이상 시간이 없다. 비정규직 주체들의 투쟁의지가 아직 살아 있고 투쟁이 완전히 무너지기 전에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즉각 명확한 투쟁지침을 내리고 적극적인 투쟁전술을 배치해야 한다.
그래서 조합원들에게 비정규직 투쟁에 대한 노동조합의 엄호, 지지 의지를 분명하게 확인시키고,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한 강력한 원하청 공동투쟁의 일정과 계획을 시급히 내와야 한다. 그럴 때에만 사측의 대조합원 고용불안 공세를 차단할 수 있고, 비정규직 투쟁을 지원 엄호해 온 정규직 활동가들 또한 고립감을 뚫고 다시 힘차게 조합원들을 원하청 공동투쟁으로 조직할 수 있을 것이다.
‘불법파견 원하청 연대회의’ 구성만으로는 정규직 노조의 원하청 공동투쟁 의지를 전달하기에 충분치 않다. 비정규직 투쟁이 정규직 노조의 관리 하에 있어야 한다는 강박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과정과 절차에 매여 시급히 원하청 공동투쟁에 돌입하지 않는다면, 연대회의 구성에 대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기대감은 다시 절망감으로 바뀔 것이다. 연대회의의 투쟁일정을 서둘러 앞당겨야 한다.
파견법 개악저지 투쟁과 맞물려 2월 원하청 공동총파업을 결의하여야 한다. 여기에 배수진을 치고 역순으로 투쟁일정을 배치해야 한다. 잔업거부, 대체근로투입 저지투쟁의 완전한 승리를 위해 5공장 투쟁부터 승리로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전공장 확대, 공장점거 등 적극적인 투쟁전술 배치가 필요하다.
4. 지금, 자본이 조직한 ‘정규직 정서’의 대해일이 결사적인 투쟁에 나섰던 비정규직 주체들을 휩쓸어버리고, 이를 엄호하던 정규직 활동가들마저 급격히 고립감과 무력감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어찌해 볼 수 없는 거대한 벽 앞에서 자칫 완전히 주저앉을 수도 있다.
이 장벽을 돌파하고 조합원들을 다시 끌어낼 수 있는 권능과 자원은 모두 정규직 집행부에 집중되어 있다. 이 모든 것을 수중에 쥐고 있으면서 이 상황에서까지 사용하려 하지 않는다면, 이는 단지 아무것도 안 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 중차대한 투쟁을 패배로 몰아넣는 범죄가 되는 것이다. 더 이상 시간이 없다. 정규직 노조는 시급히 투쟁에 나서야 한다.
2005년 1월 29일
사회적 합의주의 · 노사정 담합 분쇄
전국노동자투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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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더 이상 시간이 없다. 현자노조는 시급히 투쟁에 나서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