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2시 서울역 앞에 수많은 노동자 대오와 학생 대오가 한미FTA저지를 위해서 모였다. 그곳에서 사전집회를 마친 대오는 시청 앞으로 행진했다. 수많은 대오의 앞을 가로 막을 것은 없었다.
거칠 것 없이 행진한 대오는 시청 앞에서 농민 대오 등의 다른 대오와 함께 한미FTA저지집회를 시작했다. 기마전을 선보이기도 하는 등의 퍼포먼스도 있었다. 힘찬 집회를 마친 뒤에 대오는 각기 나뉘어졌다. 제각각 그곳으로 진격을 시작했던 것이다.
그곳은 도달하기 힘들었다. 곳곳에 숨어있던 전경들이 대오의 앞을 가로 막았기 때문이다. 어쨌든, 대오는 산개했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전경들을 뒤로 한 채 앞을 향해 나아갔다. 광화문까지 진격한 대오는 그곳에서 정리 집회를 끝으로 한미FTA저지투쟁을 마무리 지었다.
그러나 청화대를 향한 진격투쟁은 ‘미친 짓’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리에서 청와대를 향한 진격투쟁을 하는 과정에서 대단한 ‘대정부투쟁’을 하고 있다고 느낄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전경과의 싸움이라는 소모적인 짓을 하고 있을 뿐이다. 생산현장과 유리된 ‘대정부투쟁’으로 한미FTA가 저지될 수 있을까? 혁명적 시기의 ‘대정부투쟁’은 국가권력을 노동자대중이 장악하고자 하는 투쟁이기에, 생산현장에서의 투쟁보다 ‘대정부투쟁’, 즉 봉기가 더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은 혁명적 시기가 전혀 아니지 않은가? 그렇기에 현 시기에 있어서의 ‘대정부투쟁’이란 단지 현정권에 대한 청원운동이다. 그런데 노동자대중이 청와대를 향한 거리행진을 하는 것으로 부르주아정부의 ‘시혜’마저 얻을 수 있을까? ‘대정부투쟁’, 즉 부르주아정부에 대한 청원운동도 힘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노동자대중은 현정권을 ‘협박하여’ 한미FTA라는 소극적인 방어도 얻어낼 수 없다. 정상적 시기에 노동자대중의 강력한 힘은 생산현장에서의 대중파업으로부터 나오므로, 생산현장에서의 투쟁을 실제적으로 조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생산현장에서의 대중파업운동 없이, 즉 노동자대중의 강력한 힘을 통한 ‘협박’ 없이는 아주 조그마한 개량도 얻을 수 없었다는 것은 역사가 이미 증명하지 않는가? 노동자계급이 힘이 없으면 조그마한 개량도 얻을 수 없다.
그런데 민주노총의 관료주의적이고 개량주의적인 지도부는 노동자계급이 자신의 힘을 강화하고 증대시키기를 원하는 방향으로 운동을 발전시키고자 노력하기는커녕, 장기투쟁사업장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당일 있었던 절박한 투쟁을 노골적으로 무시하고 비공식적으로 탄압해버림으로써 소외시켜버렸다(한 개량주의적 관료는 장투사업장 노동자들의 동아일보건물의 옥상점거투쟁을 이렇게 폄하했다. “왜 올라갔는데? 줄넘기하러 올라갔어?”). 그러면서 쁘띠부르주아, 일부 부르주아, 그리고 어용적인 한국노총과 ‘연대’하기만을 원했다.
개량주의적이고 관료주의적인 민주노총지도부가 이렇게 바리새인과 같은 추악한 행태를 보이고 있을때, 장투사업장의 동지들은 동아일보사 건물 일민 미술관 5층 밑에서 자신들의 투쟁을 지지․엄호하던 동지들이 전경들의 군화발에 짓밟히는 모습을 보며 눈물을 흘리지 않았는가? 그리고 얼마나 많은 투쟁하는 노동자 동지들이 절망 속에서 방치되어 있는가? 우리가 진정으로 연대해야할 대상은 누구이며, 진정으로 수행해야할 투쟁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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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총화] FTA 저지투쟁에 가려진 장투사업장 동지들의 투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