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씨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감방이 1.3평짜리 독방이라고 합니다.
제가 몇 주 전에 소개해 드렸지만, 환경미화원들이 한 달 넘게 파업하고 있는 곳에 가 봤더니, 30명의 환경미화원들이 휴게실 겸 탈의실로 사용하는 공간이 1.5평짜리 콘테이너 박스 하나였습니다.
환경미화원 30명이 사용하는 공간을 김우중씨는 감옥에 가서도 혼자 사용하고 있습니다.
김우중씨 사건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고 넘어갈 수는 없는데, 이에 대해서는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김상조 소장의 의견을 제가 조금 간략하게 정리해서 소개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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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우중씨에 대해 재평가를 해야 한다는데?
최근 김우중 전 회장의 측근 되는 사람들이 대우그룹과 김우중 회장에 대한 공과 과를 재평가해야 한다고 하는데, 지금은 재평가를 운운할 때는 아닙니다.
왜냐하면 김우중 회장의 공과에 대해선 한 번도 제대로 된 평가를 해 본 적도 없을 뿐만 아니라, 그 평가에 대한 사실관계조차로 확인되지 않았고, 모든 평가의 기본이 되는 사법적 판단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재평가를 논의하는 것이 자칫 김우중 전 회장의 경영 실패에 대한 역사적 교훈을 얻는 것을 수포로 돌리는 효과가 나오지 않을까 많이 우려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김우중 회장이 첫 번째 해야 할 일은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진실을 국민과 검찰 앞에 진실되게 고백함으로써 우리가 과거에 있었던 일을 다시 한 번 생각하고, 대우그룹이나 김우중 회장 같은 불행한 기업인들이 다신 나타나지 않도록 역사적 교훈을 얻는 것입니다.
2. 김우중씨가 굳이 귀국한 이유가 뭘까요?
김우중씨가 귀국한 개인적인 동기보다도 더욱 더 중요하게 생각되는 것은 최근 참여정부가 주도하여 이른바 경제 살리기, ‘경제 올 인’이라는 경제사회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지면서 특히 기업인들의 범죄행위에 대해서 관대하게 처리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예컨대 노동조합의 내부비리의 문제 같은 경우 과거의 군사정권시절에도 감히 다루지 못했던 부분을 참여정부가 신랄하게 비판을 하고 있는데요.
그것에 비춰본다면 기업인, 특히 재벌들의 불법행위에 대해선 너무 관대한 것이 아닌가. 이런 사회분위기를 봐서 아마 김우중 회장으로서는 지금이 가장 귀국하기 좋은 타이밍, 어떤 의미에선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지난 번 대선 때 불법정치자금을 제공했던 사람들에 대해서 사법부도 매우 미미한 처벌을 내렸고, 그것이 사법부의 판단이 내려지자마자 몇 달도 안 지나서 대통령이 사면권을 행사해서 복권시켜 주는. 이와 같은 분위기가 만들어지면서 아마 김우중 회장으로선 이것이 가장 좋은 호기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더군다나 며칠 전에 분식회계를 저질렀던 SK의 최태원 회장과 송길순 회장에 대해서도 법원이 유죄는 인정했지만, 모두다 집행유예나 선고유예로 매우 관대한 보수적인 처벌을 내리는, 이런 모든 분위기가 김우중 회장과 그 주변 사람들에게 이른바 과를 숨기고 공을 내세울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졌다고 판단하도록 했을 것입니다.
3. 김우중씨의 혐의는?
크게 보면 3가지입니다.
첫째는 특별경제범죄가중처벌법 상의 외화도피
둘째는 사기
셋째는 분식회계
이렇게 3가지 범죄혐의에 대해서 이미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났는데, 그 판결문들을 읽어보게 되면, 김우중 회장의 지시에 의해라는 표현이 굉장히 많이 나옵니다.
따라서 김우중 회장은 이런 부분에 관해서 유죄를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주)대우의 강병호 전 사장이 징역5년의 실형을 받았습니다.
집행유예가 아니고요.
그 다음에 다른 임원들까지 합쳐서 23조원의 천문학적인 액수의 추징금을 선고 받았는데 김우중 회장의 주도적 혐의를 감안한다면 강병호 사장의 형량보다는 훨씬 더 무거운 형량이 내려질 거라고 생각됩니다.
그 이외에도 불법정치자금의 제공문제라던지, 재산은닉의 문제, 위장계열사의 문제들은 다른 임원들과 상관없는 개인의 문제이기 때문에 검찰의 수사와 함께 법원의 판단이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대우그룹은 전체자산이 금융계열사를 빼고도 80조원에 달하고, 금융계열사까지 합치면 100조원에 달하는 우리나라 재계 서열 2위의 그룹이었습니다.
이것을 당시 환율로 환산하면 800억불로 해당하는데요.
2000년대에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 경제를 뒤흔들었던 엔롱그룹의 자산이 700억불에 불과했습니다.
따라서 대우그룹은 역사상 최대 부실기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금융기관이 주도한 구조조정, 즉 워크아웃 사례로 본다면 세계 최대의 워크아웃 사례입니다.
대우는 원래 살 수 있었던 기업인데 정치적 음모에 대해서 타살되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경영상의 책임을 은폐하는 주장이라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대우그룹, 특히 김우중 회장의 경영판단상의 미스, 특히 불법행위를 통해서 노동자와 채권자, 주주들에게, 더 나아가서 국민경제에게 끼친 피해를 겸허하게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입니다.
4. 김우중 회장의 세계경영전략에 대해선?
김우중 회장의 세계경영전략이라는 것이 오늘날처럼 국제화가 강조되는 지금, 미래를 내다본 선각자라는 국민들의 인식이 있는 거 같습니다.
하지만 세계경영이라는 것이 단순히 해외에 나가서 영업을 열심히 했다는 것만으로 평가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대우그룹의 세계경영전략은 크게 두 가지 요소로 되어 있습니다.
하나는 중급기술의 중저가제품을 만든다는 겁니다.
김우중 회장도 강조했던 바가 뭐냐면, 대우그룹은 하이테크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미드테크 제품을 만든다는 것인데, 이런 중저가제품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고, 이런 중저가 제품을 사실은 선진국 시장에서 팔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동구권이나 인도나 중국과 같은 개도국 시장에 해외네트워크를 구성한다는 것이 김우중 회장의 세계경영전략이라도 볼 수 있는데. 이것 자체는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아니라 더 나아가서 사면의 대상도 아닙니다.
결국은 이런 세계경영전략을 어떤 그룹의 조직 하에 추진했냐는 것을 살펴봐야 하는데, 자전거 기업이라고 얘기하는 것처럼 취약한 재무구조 하에서 더군다나 김우중 회장이 모든 정보와 의사결정권을 독점한 독단경영 하에서 이것을 추진함으로써 김우중 회장의 세계경영전략은 사상누각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5. 김우중씨의 경영 실패 때문에 피해를 입은 노동자들의 고통에 대해서는?
김우중 회장은 경영판단상의 미스에 대해서 책임을 모면할 길이 없다는 생각이 드는데, 다만 문제는 이런 과정의 결과로서 고용조정을 당한 노동자들이 김우중 회장에 대해서 직접적인 책임을 묻거나 배상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가라는 것은 법률적으로 조금 어려운 미묘한 문제입니다.
최근에 김우중 회장에 재평가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옛 대우계열사들의 화려한 부활을 보라.
그것은 원래 죽지 않을 기업이었음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냐는 식으로 얘기하고 있는데요.
지금의 대우계열사들의 부활은 사실은 공적자금 투입이라는 국민의 희생을 바탕으로 한 것이고, 더 나아가서 구조조정 과정에서 30%내지 심지어 50% 고용조정을 당했던 노동자들의 고통을 바탕으로 한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대우계열들이 살아나고 있는 것은 그것이 김우중 회장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김우중 회장의 독재경영에서 억눌렸던 임직원들의 창의성과 헌신성이 비로소 나타나는 것이라 할 수 있겠고, 그런 의미에서 김우중 회장의 공을 다시 애기하는 것은 변화된 경제환경 하에서 과거의 전략을 고수하는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상은 민중의 소리 라디오 우문숙 국장이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김상조 소장을 인터뷰한 내용을 하종강이 간략하게 다시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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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의 귀국을 보는 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