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한 명까지 크레인에 오를 것이다"
지난 19일 현대하이스코비정규직지회 비정규 노동자들이 ‘확약서’ 이행을 촉구하며 또다시 크레인에 올랐지만 불과 7시간 만에 경찰특공대와 용역경비의 폭력적 진압에 연행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전기충격기’를 앞세운 경찰특공대의 무력적 진압도 문제지만 지난해 10월 1차 크레인 점거 농성 끝에 순천시청과 현대하이스코 사측이 정리해고 사태를 해결하겠다며 비정규직 노동자와 약속한 확약서를 이행하지 않는 등 사회적 합의를 파기한 것이 더욱 큰 문제라 할 수 있다.
특히, 현대기아차그룹 정몽구 회장과 기아차 정의선 사장이 경영승계를 위해 수천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하는 등 불법 행위로 검찰 조사를 받는 상황에서 확약서조차 이행되지 않는 현실에 대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상실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던 것.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는 크레인 점거농성, 그들이 왜 또 크레인에 오를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현대하이스코비정규직지회 김종안 수석부지회장을 19일 민주노총 순천시지부 사무실에서 만나 직접 확인했다.
“현대기아차그룹이 1조원을 사회에 환원한다고 하더군요. 30억이면 크레인에 또 오르지 않았어도 확약서를 지키고 상생할 수 있었을 텐데...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너무나 큽니다”
“법적으로 현대하이스코의 사업주는 현대기아차그룹의 정몽구 회장입니다. 사업장 승인과 결재권 등을 정몽구 회장이 갔고 있죠. 그래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화살이 정몽구 회장을 향하는 것입니다”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 노동자의 화살은 철저히 현대기아차그룹 정몽구 회장을 향하고 있었다. 이들은 확약서 이행을 촉구하며 강남 한복판에서 삼보일배를 진행하는가 하면 전국을 순회하며 확약서 이행이 ‘사태해결의 지름길’임을 주장했고, 정몽구 회장에 비정규직 노동자와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호소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생존권이 벼랑 끝에 몰렸기 때문이지요. 지난해 노동조합을 결성했다는 이유로 집단해고 사태가 발생했고, 그로부터 짧게는 8개월 길게는 10개월이 지났어요. 무엇을 할 수 있었겠습니까”
확약서가 이행되지 않는 가운데 비정규 노동자의 삶은 파탄으로 치닫고 있었고, 결국 2차 크레인 점거농성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삶의 무게가 인내하기 어려울 정도로 짓누르는 상황에서 생계 문제로 노동조합 활동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까지 발생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을 학교에 보내는데 준비물 값 3천원이 없어서 눈물을 흘려야 하는 심정...겪어보지 않으면 그 고통은 알 수가 없습니다”
“한 조합원은 아버지가 위암이지만 병원비가 없어 치료를 못해 결국 보내드려야 했습니다. 또 다른 조합원의 아내는 임신 중이었는데 남편의 해고 소식에 정신적 스트레스로 출산의 위험을 겪어야 했습니다. 그 후유증으로 산후 조리도 수비지 않았구요. 가장이 실직 상태인 가운데 가족들의 삶은 방치됐고 대부분 친척이나 친구에게 돈을 빌려 연명하는 상황인 거죠”
확약서만 이행되지 않았다면 그나마 다행이었을까. 16명이 구속됐고 조합원 66명에 72억원의 손배가압류가 떨어지며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은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고 말았다.
사측과의 집중교섭이 진행되며 사태해결의 실마리가 보였던 적도 있다. 하지만 김종안 수석부지회장은 “사측이 교섭을 핑계 삼아 노동자의 투쟁을 희석시키려 했던 것일 뿐”이라며 “사측은, 그 어떤 의지도 없었다”며 분노를 표출했다.
“집중교섭을 진행했지만 사측의 태도에서 사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보다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투쟁이 희석되도록 시간이 끌려는 의도를 확인했습니다. 더 이상 사측의 ‘흑심’에 농락당할 수 없었고, 용납할 수 도 없었습니다”
결국 이들은 2차 크레인 점거 농성이란 극단적 선택을 했고, 결국 전원 연행되고 말았다. 김종안 수석부지회장은 이것은 또 다른 계기고 시작이라고 설명했다.
“비정규 노동자의 총의가 없었다면 2차 크레인 점거 농성은 어려웠을 것입니다. 비록 크레인 점거 농성이 실패로 끝났지만 비정규 노동자가 노동로서의 자존심을 지키는 주체적 결의를 세운 투쟁이었습니다”
"거대한 자본과 싸워 질 수밖에 없다는 자포자기가 아니라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싸운 투쟁인 것입니다. 지난 크레인 점거 투쟁에 비춰 본다면 피해는 빠른 시일 안에 복구될 것입니다. 이번 투쟁을 밑바탕으로 확약서 이행과 비정규 투쟁의 돌파구를 열어 재껴야 합니다”
김종안 수석부지회장은 마지막으로 조합원 단 한명이 남을 때까지 싸울 것이라며 부러질지언정 결코 꺾일 수 없음을 밝혔다.
“피해를 감수하더라도 강도 높은 투쟁을 전개할 것입니다. 이후 단 한명의 조합원이 남아도 크레인에 또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극렬한 탄압으로 주춤하거나 물러설 줄 안다면 착각이라는 것이 머지않은 미래에 확인될 것입니다”
/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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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4월 21일] ‘전기충격기’를 앞세운 경찰특공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