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차별 해소 비용이 26조원에 불과?
- 연간 총생산의 4%에 불과...실제로는 100조원에 달할 듯
비정규직 법안을 둘러싸고 민주노총과 정부여당간에 힘겨루기가 계속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이번 정기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과 공조를 해오던 한국노총은 지난 11월 30일 수정안을 내면서 정부 여당안으로 돌아섰고 한나라당은 노사합의를 전제로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민주노총은 지난 12월 1일 총파업을 단행하면서 전국적인 집회를 개최하였고 국회 앞에서 경찰과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이후 12월 4일에는 쌀 시장 개방에 반대하는 농민들과 함께 대규모 민중대회를 개최한 뒤 대학로에서 종로를 거친 행진과 광화문에서는 경찰의 물대포에 맞서 강렬하게 저항하였다.
지금 비정규직을 둘러싼 대응을 보면 민주노총과 정부여당, 민주노총과 한국노총간의 공방이 계속되면서 재계는 한 발 물러선 모양새다. 그러나 재계는 비정규직법안의 선결조건으로 노동시장유연화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말하자면 해고를 자유롭게 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문제로 바라보고 있다. 그들은 지금 비정규직 양산의 원인을 민주노총이 강력하게 해고를 반대하면서 대기업노조의 기득권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현재의 비정규직 공방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지 않다. 노동계 쪽에 유리하게 법안이 통과되는 것보다는 아예 현행대로가 낫다는 판단이다.
노동시장유연화는 핵심적으로 고용과 임금의 유연화다. 먼저 고용유연화는 정규직의 자유로운 해고와 비정규직으로의 전환이다. 다음으로는 임금의 유연화인데 연봉제나 성과급제의 도입은 물론이고 비용절감 차원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적 임금 구조를 유지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이중노동시장구조를 고착화시키는 것이다. 최근 금융노조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비정규직의 58.1%가 정규직과 업무내용이 비슷함에도 불구하고 정규직 임금의 50% 이하를 받고 있는 경우가 45.9%를 차지할 정도였다. 전국 평균으로 보면 비정규직노동자는 정규직노동자 임금의 50%에 미치지 못한다.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경우는 남성정규직 노동자에 비해 30% 내외에 머무른다.
지금 비정규직으로 둘러싼 국회에서의 공방이 기간제 노동자의 사유제한을 둘러싸고 민주노총과 열린우리당간의 공방이 치열한 가운데 재계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차별금지를 더 큰 문제로 보고 있다. 왜냐하면 동등, 유사한 기술, 작업수행능력에 대해 동등하게 처우하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지급할 경우 추가비용부담을 26조 2천 억 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실 노동시장유연화를 둘러싸고 벌이는 노.사간 노.정간 공방의 이면에는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초점이다. 재계가 주장하는 26조2천 억 원의 비용추가부담은 노동계의 입장에서는 26조 2천 억 원의 임금을 받지 못한 것과 같다. 참고로 한국노동연구원의 분석으로는 19조 4천 억 원이다.
그러나 이들의 분석은 노동계와 비교할 때 비정규직 수에서 차이가 있고 합리적 차별은 인정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하고 있다. 만약 정확한 비정규직 수를 감안하고 차별을 완전히 해소하는 동일임금을 적용할 경우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약 100조 원대에 육박하는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만약 완전한 차별철폐를 위한 비용 추가 100조원을 노동자들에게 지급한다면 노동자 총 임금을 25% 올려야한다. 설령 26조 2천 억 원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이는 연간 총생산(GDP)의 4%에 불과하다. 노동소득분배율 60%를 적용한 노동자 총임금 403조의 6.5% 인상분이다. 지금 비정규직법안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공방의 핵심은 바로 사용자들의 비용과 노동자들의 임금이다. 이는 자본의 이윤확대와 노동자 생존권의 충돌이다. (2005.12.5, 오마이뉴스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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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차별 해소 비용이 26조원에 불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