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호입니다.
430청년학생문화제에서 발생한 언어폭력 사건의 직접적인 피해당사자라고 자처하는 사람입니다. 피해당사자가 직접 나서서 자기 변론을 하는 것은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것이기에 그동안 참고 또 참아왔습니다. 그런데 사건이 점점 왜곡되어 전개되고 있다는 사실에 이렇게 자기 변론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성민동지는 1차 답변에서 저에게 개인적으로 사과를 했습니다. 비록 내용상 반쪽자리 사과문이었지만 제 개인적인 감정은 많은 부분 치유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 사건은 개인적인 사건이 아닙니다. 그래서 부산 노힘 조직의 이름으로 문제제기를 했고, 조직에 대한 사과로 종결되기를 원했습니다. 저도 이러한 부산 노힘의 의견에 적극 찬성합니다.
또한 이성민동지는 답변에서 정승호가 삐딱하게 나와서 욕을 하게 됐다. 즉 정승호가 원인제공을 했기 때문에 욕을 한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삐딱하게(얼마나 삐딱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대응을 하게 만든 원인제공을 먼저 이성민동지가 했습니다.
이에 대해 조금 길더라도, 충분한 자기 변론을 위해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번 사건 때 당한 언어폭력보다 훨씬 더 충격적이고 수치스러운 언어폭력을 이성민동지에게 당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당시에 저는 지금과 같이 공식적이고 조직적인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그때의 언어폭력은 노힘이라는 조직에게 가해진 것이라기보다는 그 조직에 가입한 저 개인에게 가해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언어폭력에 대한 대응도 개인적인 차원에서 전개하겠다고 마음먹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때의 언어폭력은 430문화제 언어폭력사태에서 제가 삐딱하게 반응하게 만든 원인 중에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이성민동지는 제가 노힘에 가입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에 작년 10월경 저를 극단 새벽의 사무실에 불렀습니다. 단 둘이 사무실에서 약 2시간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 때 제가 들었던 말은 이러했습니다. ‘어용 세력들이 득실대는 양아치같은 놈들의 집합소인 노힘에 가입을 왜 했느냐!’
‘노힘은 자기반성도 할 줄 모르고, 운동판을 자기 뭣대로 휘젓고 다니면서 온갖 나쁜짓은 다하고 다니는 집단이다’
‘노힘 회원들 절대 다수가 깡패같은 놈들, 양아치 같은 놈들이다’
‘그런 집단에서 니가 뭘 할 수 있을 것 같냐?’
(부산지역의 어떤 훌륭한 활동가(제가 보기에는 그 동지는 매우 훌륭합니다)와 비교하면서 ‘야~이 000같은 XX야~!’
‘너 000같은 XX처럼 하고 다닐래’
이성민동지보다는 훨씬 짧은 운동경력이지만, 그동안 한번도 다른 길로 빠지지 않고(그리고 한번도 휴식기간도 가지지 않고) 계속 운동을 해왔습니다. 그중에 위와 같은 극도로 모욕적이고 치욕적인 비난을 당해본 적은 처음입니다. 지금 매우 심각하게 밀려들어오는 고민이기도 하고, 그 당시에 매우 심각하게 했던 고민이기도 한 데, 저는 그런 모욕을 당하고 나서 너무나 역겨움이 심하게 치밀어 올라와서 운동판을 잠시 떠나고 싶었습니다. 2시간여동안 극도의 인격적 모독을 당했으면서도 저는 한번도 이번의 경우처럼 공식적인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습니다(언어폭력으로 인한 치욕으로 따지자면 이때가 훨씬 더 강했는데도 말입니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는 다릅니다.
지난 1차 항의서한에서 진술한 것처럼(‘430문화제에서 발생한 언어폭력사태를 고발한다’ 참고) 이성민동지는 분명 노힘의 유인물 배포와 관련해서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재차 당시의 상황을 설명드리겠습니다.
위에 서술했다시피 작년 10월경에 저는 이성민동지로부터 제 인생 최대의 모욕을 당했습니다. 그래서 이성민동지의 얼굴도 보기 싫었습니다. 그런데 430청년학생문화제에서 만나게 되었고, 제 감정을 억누르고, 웃으면서 반갑게 인사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성민동지는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시니컬하게 웃으며 ‘너 운동권 날라리 짓하고 다니더라’라며 화답했습니다. 순간 너무 어이가 없고 황당했지만, 그냥 지나쳐서 자리에 앉았습니다.(오히려 함께 있던 (노힘 회원이 아닌) 지역의 000동지가 ‘뭐 저런 인간이 다 있노’라며 화를 낼 정도였습니다) 그리고는 청년학생들을 상대로 비정규직 거리 특강을 했고, 다시 자리에 앉아있는데, 극단 새벽의 천00동지가 ‘니 바쁘나? 이성민선생님이 니 좀 보자더라. 뒤로 좀 나온나’라고 말했고, 꼭 불려나가는 것 같아서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지만 문화제 대열 뒤로 갔습니다.(이때 옆에 함께 있던 (노힘 회원이 아닌) 동지는 ‘할 말 있으면 지가 와서 하지, 저 사람은 왜 사람을 시켜서 부르노. 참 권위적이다니까’라고 말했습니다.)
대열 뒤에 가자마자 이성민동지는 ‘너 여기가 뭐하는 곳인지 아나?’라고 물었고, 저는 ‘430청년학생문화제지요’라고 대답했는데, 버럭 화를 내면서(원래 언어습관이 그래서 그렇지 화를 낸 게 아니다고 말한다면...참... 할 말 없습니다) ‘여기는 메이데이 조직위가 주최하는 행사 중에 한 프로그램인 430청년학생문화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는 ‘노힘에게 조직위 참가를 제안했는데도, 노힘은 참가는 안하고 조직위 주관하의 집회에 유인물을 뿌리느냐?’
‘민주노총 집회에선 민주노총 비판하는 유인물이든 어떤 유인물이든 그것을 어떤 단위의 누가 배포해도 상관없다. 하지만 메이데이 문화제는 조직위원회가 구성되어 있는 행사이기 때문에, 조직위에 참가하지 않는 단위가 유인물을 배포하려면 조직위에 사전 양해를 구해야 한다. 만약 노힘이 사전 양해를 구했다면, 노힘의 여러 행위나 정치적인 것을 봤을 때는 유인물 배포를 허용할 수 없지만, 도의적인 측면에서 허락해줄 수는 있었다.’
그리고는 ‘야이 이 자식, 내말을 이해를 못하네..... 이 XX야 .......’
‘하아~ 이 XX 웃긴 놈이네. 야이 자식아...’
‘야~ 이 XX야, 나는 니 얼굴만 봐도 짜증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성민동지는 내가 계속 말귀를 못알아듣고 삐딱하게 반응을 하기에 급기야 욕설까지 하게 되었다고 말했지만(즉 원인제공을 했기 때문에 욕을 하였다), 위에 서술한 것처럼 이성민동지는 이미 저로 하여금 공손하지 않게 반응하도록 원인제공을 하였으며, 이 사건에 한정해서만 보더라도 대화의 시작부터 버럭 화를 낸 것은 이성민동지였습니다.
그리고 변현주동지는 ‘기분 나쁘냐? 이 XX야. 기분 나쁘면 가. XX야....."라고 말한 적이 없는데 제가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피해를 당한 사람은 욕을 들었는데, 가해자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니 참 어이가 없습니다.
참고로 그 자리에는 많은 시민, 학생들이 지나다니면서 쳐다보고 있었고, (노힘 회원이 아닌) 지역의 활동가들이 주변에서 사건을 목격하고 있었습니다. 목격자들의 말을 빌려 그 사건을 서술하자면 ‘정승호가 극단 새벽의 단원들로부터 집단 린치를 당했다.’
‘지역에서 활기차고 건강하게 활동하는 후배를 격려해주지는 못할지언정, 자기네들은 뭘 잘한다고 사람 앉혀놓고 그것도 여러사람들 왔다갔다하는 집회장에서 욕을 하고... 뭐하는 짓이고’
‘정승호를 둘러싸고 이성민은 이 XX 저 XX하면서 욕하고, 몇 명은 주변을 둘러싸고 팔짱끼고 째려보면서... 이거 완전히 극단 새벽 인간들이 집단 린치한거다.’
‘유인물을 왜 양해를 구하고 배포해야되노! 참나... 내가 내일 그 유인물을 메이데이 폐막식 가서 뿌릴까보다’
(노힘 회원이 아닌) 목격자의 진술에서도 알 수 있듯이 처음에 가해자의 범위를 정할 때 당시에 있었던 극단 새벽의 다른 단원들도 2차 가해자로 규정해야 한다고 했지만, 제가 나서서 직접적인 발언을 한 사람만 가해자로 규정하자고 했습니다. 그런데 변현주동지는 욕을 한 적이 없다고 하니 참... 제 귀가 이상이 있나봅니다.
그리고 변현주동지가 저에게 화를 낸 이유에 대해 서술하면서 ‘그날 내가 왜 화가 났을까, 화의 근거는 사람에 대한 기대감이라 생각하는데’라고 했습니다. 저는 지역의 많은 동지들이 극단 새벽과 이성민 동지를 욕하는 것을 들으면서도 그들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있었으나, 작년 10월의 사건과 지난 430문화제의 언어폭력사태를 경험하면서 변현주동지가 저에게 ‘저의 기대가 일방적이고 이제 우스꽝스러운 것 같아 접어야 할 것 같습니다’라고 했던 것처럼 그 기대를 거둘 것입니다.
이성민동지의 위 발언들에도 불구하고, 그가 나중에 주장한대로 ‘나는 노힘이 발행한 유인물 배포를 못하게 하거나 배포행위를 문제 삼은 적 없다’는 말이 맞다고 칩시다.
그러나 사건의 발단이 노힘 유인물이었고, 사건이 심화된 것도 그 유인물의 배포에 있어서 사전에 양해를 구해야 한다는 이성민동지의 주장과 양해를 구해야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저의 주장이 충돌하면서입니다. 따라서 이는 (이성민동지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노힘이라는 조직이 펴낸 유인물이 문제의 핵심으로 자리 잡은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도 노힘에게 먼저 사과를 하고, 그 후에 <노힘이라는 조직의 유인물이라서 배포에 대해 양해를 구해야 한다는 의도가 아니었는데 노힘이 오해를 한 것 같다. 욕설 때문에 그런 오해의 빌미를 제공한 것은 사과한다> 정도가 될 것이다.
또 제가 그 사건의 현장에서 이성민동지에게 사과를 해놓고 왜 이제와서 뒷북을 치는지에 대해 물었는데, 저는 1차 항의서한에서 분명, ‘정00 동지는 계속되는 폭력적이고 억압적인 상황을 끝내고 싶었기 때문에 "노힘 유인물 배포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신다면, 사과드립니다" 라고 상황을 정리하려했다’고 진술했습니다. 피해자가 당시의 상황을 끝내고 싶은 마음에, 가해자의 ‘권위’에 굴복하여 사과를 하게 되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인지 아니면 진술서의 내용 자체를 이해 못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제 갓 30대인 부산지역의 활동가 중 최고 막네뻘인 정승호는 50대인 부산지역의 활동가 중 최고 어른이라는 이성민동지에게 진심어린 충고의 말씀을 드립니다.
제발, 권위주의적인 태도를 바꾸시라고!
제발, 함부로 언성을 높이면서 막말하지 좀 마시라고!
제발, 인간의 자율과 평등을 강조하는 평의회의 사상과 본인의 행동을 일치시키시라고!
정말이지 선배들의 이 모범적인 운동 작태를 몸소 체험하면서, 제가 왜 운동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회의를 느끼며... 정말 이 더러운 운동판을 떠나고 싶다는 마음을 간절히 느끼며... 종파주의적인 역겨운 운동의 현실을 이제는 정말 끝장냈으면 좋겠습니다.
꼬리말) 위의 진술에서 사건 현장에 함께 있던 (노힘 회원이 아닌) 지역의 동지들의 발언을 첨가한 것은, 첫째 이성민동지가 ‘문화제에 있던 참가단체 회원 중 한 사람이 “노힘은 어차피 이런 유인물을 배포하고 할 거면 행사를 같이 하면 좋을 것 아닌가”라는 불편한 발언을 들었기에 그날 저를 불러서 지적을 하고 욕설까지 하게 된 것’이라고 말하면서 그 날의 욕설의 배경을 다른 참가자에게서 찾는 것을 보면서 저 역시 다른 참가자들의 반응을 첨가한 것이고, 둘째 그 현장에 있던 (노힘 회원이 아닌) 지역동지들의 반응에서 노힘 부산은 이미 우리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언어폭력의 피해자로 규정받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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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민동지! 제발 더 이상의 언어폭력을 자제하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