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가 법 이야기하는 것은 금기사항? | 사람의 일! 노동 2007.12.13 13:20 주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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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이란 무엇일까? 아마도 법이란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최후의 수단이라고 보아진다. 최선이 아니라 최후의 선택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가장 준엄하고, 가장 엄격하고, 가장 공정해야 할 것이다. 그에 반해 '도덕'은 최선이 되어야 하고 그 도덕적 잣대를 가진 집단에 의해 융통성있게 대처할 수 있다. 도덕이 다소 빗겨나간다고 해서 지탄을 받을 지 언정 처벌되는 일은 없다. 또 도덕은 시대에 따라 융통성있게 변화되기도 한다. 물론 일부의 법령에서는 도덕이 법률적 성격을 가지기도 하고, 사회를 지탱하기 위하여 법률화되는 경우도 있기는 하겠다.
법은 국가기관에 의해 그 신뢰성을 확보받는다. 그만큼 법이 국가적으로 미치는 영향력은 크다. 신뢰성이 선행되지 않으면 법률은 조직의 죽음을 부르고 무법천지를 부르고 결과적으로 붕괴를 가져올 것이다. 따라서 어쩌면 이러한 붕괴를 막기 위한 최후의 선택이 법률적 선택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의 우리 사회는 어떠한가? 법률이 원칙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 모든 국민에게 공정하게 판단되어야 할 것이 사람에 따라 그 잣대가 다름으로써 신뢰를 상실해 가고 있다. 법률을 가르치고, 판단하고, 집행하는 무리들의 머릿속에도 원칙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된 것 같다.
그중 하나가 노동문제에 있어서 그렇다. 하나의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코스콤의 문제가 바로 그것. 코스콤의 비정규직 문제는 이미 수년 채 결론을 내리고 있지 못하는 문제중 하나다. 그렇다면 어디 이러한 문제가 코스콤뿐이겠는가? 위장도급, 불법파견 각종의 노동조합의 탄압!!! 이루 말할 수 조차 없는 불법을 저지르고 있음에도 어떠한 정부의 행정행위조차 없음을 볼때 법은 원칙을 잃었다고 밖에 할 수 없다.
노동행정을 담당하는 노동부에서 조차 무엇이 위장도급이고 불법파견인지 가릴 줄을 모른다. 노동부장관이 철저히 가린다 말만 되풀이 하다가 결국 법률고문을 받아 위장도급, 불법파견임을 확인하였음에도 그 해결은 되어지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살아가는 사회인가? 죽어가는 사회인가? SK인사이트코리아의 경우는 코스콤보다 더 심각한 문제에 빠져있다. 왜 불법임이 확인되었는데도 이들은 묵묵부담일까? 그들은 법을 알고나 있는 것일까? 아니면 법 자체를 외면하고 있는 것일까?
이 문제보다 더 심각한 문제를 한 번 보자. 근로기준법 제63조 3호의 감시단속적 근로자의 문제이다. 여기에는 감시적 근로자와 단속적 근로자가 별도로 존재한다. 그리고 이 둘의 업무범위와 형태는 각기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시적 근로자와 단속적 근로자를 같은 개념으로 취급한다는 것도 문제가 있다. 더 나아가 1953년 근로기준법이 최초 제정되어 시행되면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여태 감시단속적 근로자에 대한 실태조사나 법률 위반 사안에 대해서는 지극히 소극적으로 임했고 아예 내팽게쳐 버리고 있다.
감시단속적 근로자의 문제는 위장도급의 문제를 뛰어넘고 있다. 불법파견의 문제를 휠씬 더 뛰어넘고 있다. 모든 것을 용역의 문제로, 외주화의 문제로 나타내 버리고 거기에 대한 구체적인 법률적 판단은 어떠한 경우에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용역이란 무엇인가? 외주화란 무엇인가? 이에 대하여 말할 수 있는 자는 또 누구인가? 용역에 대하여 판단할 사람은 대한민국에 단 한사람도 존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용역은 도급과 파견 등 모든 간접고용형태를 포괄하여 버리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또한 법률적 정의도 없고 판단기준도 없다.
예를들어볼까? 시설관리의 경우 원청사와 용역사가 있다. 원청사의 경우 시설관리의 전체 혹은 각 부문별로 용역을 내주고 있다. 그 시설관리 부문을 보자면 건축관리, 전기안전관리, 기계설비관리, 소방안전관리, 경비관리, 청소관리, 인사노무관리, 사무관리 등등으로 구분되어질 수 있다. 이것들이 각 부문별로 외주화가 이루어지고 있고 또는 전체를 외주화하고 있기도 하다. 특정부문에 대하여는 별개 외주화가 불가능하도록 하고 있기도 하다. 예를들자면 전기안전관리와 소방안전관리의 경우이다. 즉 안전관리와 같은 것은 외주회사에서 원청사의 임직원에 대하여 업무적인 관리를 요구하거나 지시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는데 용역회사의 안전관리자인 신분에서는 이러한 업무행위가 어렵다고 판단하여 제한하거나 금지하고 있기도 하다.(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고 이를 판단해야 할 행정기관마져 이를 외면하고있다)
도급이란 "일정한 기일내에 사업의 완성을 목적으로 도급인이 수급인에게 그 댓가를 지불하고 수급인은 목적물을 완성하여 인계하는 것"이다. 이는 민법에 의해서 그 계약적 성질이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면 시설관리는 도급인가의 문제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위의 문제를 볼때 시설관리의 일상적 관리는 "일의 완성"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유지관리의 업무는 일시적인 관점이 아닌 대단히 폭넓은 장기적인 관점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이러한 시설관리의 유지는 도급이 될 수 없다.
그렇다면 파견이란 무엇인가? "파견사업주와 사용사업주가 구분되고 실제 고용은 파견사업주가 하면서 업무의 지시나 지휘,명령은 사용사업주가 하는 형태"를 말한다. 그렇다면 시설관리의 경우 파견에 해당되어지겠는가를 판단해야 한다. 근로자에게 있어 업무지시등은 사용사업주가 해야 한다. 그리고 임금의 지급관계나 인사관계는 파견사업주가 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이러한 것들이 지켜지고 있지 않다. 사용사업주가 인사까지 침범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게 발생하고 있고 파견사업주는 아무런 역할을 못한 채 사용사업주의 부당한 간섭에 대응하고 있지 못하다. 이러한 파견사업주의 무대응이 곧 근로자들에게 낙후된 근로조건 복리후생으로 전가되어 나타난다. 근로자가 겪어야 하는 각종의 불이익이 뒤따르게 되는 경우가 여지껏 반복되어 왔던 이유이기도 하다. 즉 불법파견이 아니고서는 용역이란 것 자체가 정당하게 파견의 문제에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파견은 용역화에 맞지 않다. 파견의 경우에는 "파견법"에서 정하고 있다.
위임의 경우도 맞지 않다. "위임인과 수임인 사이의 사무처리에 대한 계약"이 위임이다. 위임은 민법이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위임은 시설관리 업종에 적합할까? 시설관리의 경우에는 거의 대부분이 기술적 관리이다. 단순 사무처리가 될 수 없는 성질이다. 따라서 이러한 위임도 용역에 적당하지 않다.
그런데 시설관리의 업종은 위의 파견, 도급, 위임 기타 이보다 더한 이상스런 논리를 성립시켜버리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러하면서도 법률적 판단도 외면되어지고 행정기관에서 조차 이 문제를 눈감아 버린다. "도대체 뭐가 문제야?"하는 것이 행정기관의 안이한 태도이다. 공무원이 이처럼 법을 외면함으로써 불법이 판치게 만드는 현상은 하루이틀 사이에 형성되어진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수십년이 지나는 동안 묵인해 왔고 외면해 왔기 때문에 이제는 이러한 현상을 말하는 사람이 이상스럽다는 지경에 이르러 버렸다.
근로자가 이러한 점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면 "일하기 싫으면 나가라!"로 대응하는게 사업주이다. 시설관리 업종의 경우 영세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본금에서 인적, 물적, 관리능력에서 영세하다. 또한 원청사는 관리비 절감차원에서 용역화를 시도한다. 이러한 것이 잘 맞아 떨어지는게 용역회사다. 그리고 용역회사의 영세함을 부추기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이러한 용역회사의 영세함은 근로자에게로 그대로 전가되어 버린다. 원청사는 용역회사에, 용역회사는 근로자에게 모든 영세함을 떠넘기고 있다.
그 영세함을 말해볼까? 회사에 근로하면서 근로자가 점심식사, 저녁식사까지 자기 비용으로 해결해야 한다면 이해하겠는가? 안전관리 용품을 근로자가 자기 비용으로 구입한다면 어떠하겠는가? 근무복조차 지급해 주지 않아서 자기 비용으로 사 입어야 하는 열악함이란 어떠할까? 그렇다면 이러한 근로자들은 임금이 높게 나타날까? 최저임금의 언저리에 머물러 있고 그것도 각종 불법,편법으로 최저임금을 하회하는 경우도 많이 발생되고 있다. 그런데 임금의 문제도 문제이지만 복리수준의 문제는 말 꺼내기가 힘들다. 예를들면 "근무복을 지급해 달라", "식비를 지급해 달라"라고 하면 생각도 하지 않고 돌아오는 대답이 "나가라"이다.
다시 용역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자. 아파트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아파트관리의 경우 주택법에 의해서 위임관리의 성격을 갖는다. 아파트의 경우 자치관리와 위탁관리가 가능한데 자치관리의 경우 관리사무소장이 "위임"의 영역에 놓여져 있다. 위탁관리의 경우 위탁관리회사가 "위임"의 영역에 놓여있다. 그렇다면 자치관리나 위탁관리에서 근로자들은 어떠한 위치에 놓여져 있을까? 자치관리의 경우에는 직접고용이니까 용역에 대한 문제가 발생되지 않는다. 그러나 위탁관리에 있어서는 문제가 발생된다. 왜냐하면 위탁관리업체에 소속된 근로자는 파견인지 도급인지 위임인지 그 성격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주택의 건설과 공급, 주택자금의 모집, 관리 등등을 다루고 있는 주택법을 보자면 그 성격이 위임과 도급의 성격이 혼재한다. 즉 위탁관리업체의 인사에 대하여 부당하게 간섭하여서는 안되며 업무지시도 할 수 없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질적으로는 파견의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위탁관리업체는 파견사업의 허가를 받았는가? 받은 회사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회사도 많이 있는 걸로 안다. 벌써 여기에서부터 불법이 생기는 것이다. 파견에 있어서 불법, 도급에 있어서 불법, 위임에 있어서 불법... 이러한 근로조건이 가능한 것이 바로 시설관리의 형태에서 거의 대부분을 이루는 특이한 형태이다.
더 나아가 보자. 시설관리에 있어서도 감시단속적 근로자가 그것이다. 감시단속적 근로자의 형태가 특이하게 시설관리업종에서 많이 나타나게 되는데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시설관리업종의 열악함은 불법파견과 불법도급, 불법위임을 줄타기 하고 있는 상태에 있다. 이러한 불법이 자행됨으로써 근로자의 처우는 더 말할 수 없을 지경에 빠져있다. 그러한데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감시단속적 근로자 문제가 보태어 지고 있다.
감시단속적 근로자의 문제는 이른바 21세기의 "노예제도"이다. 근로기준법의 최저기준을 적용하지 않는다. 즉 근로시간, 휴게시간, 휴일의 규정을 적용하지 않음으로써 어찌보면 근로자 성격을 잃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현재의 감시단속적 근로자 규정을 보자면 이들을 어떻게 근로자라고 할 지 난감한 지경에 빠지게 된다. 정확히 말하자면 근로자가 아니라 "노예"라고 밖에 더 표현할 말이 없다. 또한 이보다 더 적절한 표현이 없는 것 같다.
이들이 과연 법을 지켜달라 말할 수 있을까? 노예는 스스로 노예의 굴레 벗어나기 힘들다. 외부의 도움없이는 말이다. 왜냐하면 각종의 법적제도와 규율이 이들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의 문제에서부터 삶에 대한 문제, 권리구제에 대한 문제까지 침해를 받고 있다. 가령 감시단속적 근로자로 승인이 되려면 노동부장관의 승인이 있어야 하는데 이 승인은 근로자에 대한 승인이 아니다. 사업장에 대한 근로자 수를 승인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승인제도는 근로자의 권익을 침해하고 있다. 더 나아가 승인을 받게 되면 기간에 제한이 없다. 수십년이 흘러왔고 해당사업장에서는 근로자가 모두 바뀌었고 심지어는 용역회사마져 바꾸어 버렸지만 승인의 효력은 용역회사가 바뀌어도 근로자가 바뀌어도 유효하다고 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근로자에 대한 권리제한에 대한 설명 의무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근로자 자신은 어떤 권리를 침해받고 있는지 조차 모르고 있다. 아니 권리 침해받음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감시적 근로자였는지, 단속적 근로자였는지 조차 모르고 있고 이들 근로자가 어떠한 일을 하는지 어떤 제한이 있는지 조차 모른다. 사업주가 채용을 하면서 혹은 고용관계가 유지되면서 설명의무, 고지의무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사업주는 법을 잘 안다. 최소한 어느정도는 알고 있다. 그러나 근로자는 법을 잘 모른다. 여기에서부터 억압적이고 탄압적인 관계가 시작된다. 법률의 헛점을 파고드는 문제부터, 불법,편법을 동원한 각종의 법 위반 사태가 초래된다. 근로자가 혹시나 "이건 아니다"싶어 항의를 하거나 의견을 제시한다. 들었던 풍문을 읊조리는 수준이다. "이건 너무 심한거 아니냐? 노동법에 이러이러하면 안된다고 하는데..." 이렇게 말하는 것 조차 금기시 되고 있다. 만약 노동법을 읊조리면 괘씸죄가 적용되어 버린다. 그만큼 시설관리업종의 근로자들, 감시단속적 근로자들의 근무조건이 악화되었다는 이야기다.
위에 말한 코스콤, SK인사이트코리아의 비정규직 문제는 정말 심각하다. 말할 수 없이 심각하다. 그러나 시설관리 노동자, 감시단속적 근로자의 문제는 어디에 빗댈 대상조차 없다. 어쩌면 말한다는 것 자체가 사치라고 밖에 할 수 없을 지경이다. 그만큼 수십년이 흘려오면서 금기시 되다시피 해버렸다. 노동자가 법률 이야기를 하면 안되는 현상!!! 그렇다면 법률로 부터 외면당하고 있었고 또 보호되고 있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노동조합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행운인지도 모른다. 노동조합이라는 것 조차 가질 수 없는 집단이 바로 감시단속적 근로자들이다. 이들은 정부로부터 외면당하고 기존의 노동조합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언론으로부터 외면당하고, 각종 사회지도층, 사회지식인들, 종교인사들 기타 많은 지식인, 양심세력들로부터 외면당하여 왔다.
내 경우도 그렇다. "단속적 근로자에 해당되는 걸로 아는데 심한 것 아니냐?"라고 이야기 했다가 해고되었다. 법률이란 게 모든 국민을 보편적이고 일률적으로 규율하기 위해서는 최후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 그 최후의 수단마져 거부당한 근로자들... 그리고 법률이 외면하는 근로자들... 법률이야기 하는 것, 원칙 이야기 하는 것을 금기시 하는 사회분위기. 왜 노동자가 원칙을 이야기 하면 안되는가?
이 해답을 들려줄 사람은 있는가? 노동부장관이라면 이 문제에 대답을 해야 할 줄로 안다. 노동부장관은 외면하지 말고 대답을 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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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법 이야기하는 것은 금기사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