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로 인한 노사 갈등·개인생활 비관 등으로 자살 급증
▲ 임금체불 등으로 생활고에 시달리다 자살한 진주 신일교통 버스기사 고 정태봉씨가 남긴 유서.
ⓒ 진주신문
노동자들이 계속해서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
올해 언론에 알려진 노동자 자살 혹은 자살기도 사건만 해도 15건이 넘는다. 사무직과 비정규직뿐만 아니라 정규직도 있고, 개인 생활 비관도 있지만 노사 갈등이 원인인 사례도 있다.
산재 후 요양 불승인·복직 문제로 고통
현대중공업 하청업체 노동자 손아무개(39)씨는 산재 후 복직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이를 비관해 지난 29일 집에서 자살했다.
손씨는 파워그라인더 노동자로 근무해오다 지난 7월경 허리통증을 느껴 한달 간 공상으로 치료를 받아왔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손씨는 10월경 복직하기 위해 회사에 복직을 요청했으나 회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지난 17일에는 현대차 계열인 로템 창원공장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자살했다.
이 회사에서 청소를 하던 이아무개(52)씨가 유서를 남기고 조립공장 지붕에서 떨어졌는데, 곧바로 병원에 옮겨졌으나 사망했다.
또 지난 9월 1일 새벽, 현대차 정규직 노동자 남문수(51)씨가 공장 안에서 죽은 채 발견되었다.
남씨는 전선으로 목을 맨 상태였으며, 유서 8장이 함께 발견되었다.
유서 속에는 관리직 사원들의 이름을 거론하면서 "결코 용서하지 않겠다"는 등의 내용이 들어 있었다.
남씨는 부서 이동 등과 관련해 탄압을 당해 왔다고 주장했던 것.
현대차노조에 따르면, '고 남문수 열사 대책위원회'와 회사 간에 고인의 명예회복과 회사쪽의 공개사과·유족보상 등에 대해 협의가 마무리되면서 사망한지 29일만에 '노동조합장(葬)'으로 장례가 치러졌다.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 8월에는 거제 대우조선 소속 산재환자 노동자가 휴가 중에 실종되었다가 죽은 채 발견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대우조선 가공팀에 근무했던 윤아무개(48)씨가 거제의 산기슭에서 나무에 목을 매단 채 발견된 것.
윤씨는 2004년 12월부터 1년 가까이 산재요양 중이었고, 3개월 가량 대우조선 내 현장적응작업장에서 근무한 뒤 올해 2월부터 현장에 복귀했지만 통증이 남아 재요양신청서를 낸 상태였다.
동료 노동자들은 윤씨가 '요양 불승인'에 대한 압박감에 시달려 왔다고 밝혔다.
두산인프라코어, 사무직 자살 이어져
지난해 두산으로 경영권이 넘어간 두산인프로코어(옛 대우종합기계)에서는 사무직 사원들의 자살사건이 계속 발생했다.
올해 7월 10일 저녁 조아무개(45)씨가 지하철에 뛰어들어 자살했고, 두달 앞선 5월에는 연구소 직원이 건물 3층에서 투신해 자살했다.
당시 두산인프라코어 사무직 노동조합 측에서는 유가족 면담 등을 통해 "업무과중과 고용불안에 대한 스트레스를 여러 차례 호소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5월 18일 두산인프라코어 소속 김아무개(50)씨가 자택 화장실에서 부엌칼로 심장과 복부를 찔러 자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김씨는 2004년 9월부터 2005년 5월까지 요추염좌로 산재요양을 받았으며, 올해 4월13일부터 18일까지 공상 휴직했다.
김씨는 자해하기 이틀 전 근골격계(요추염좌, 추간판전이)로 산재요양을 신청했으나 하루만에 산재신청을 취소하고, 다음날 자살을 기도했던 것.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광주의 한 병원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8월까지 4명의 노동자가 자살했다.
8월 21일 밤 노아무개(49·소독기사)씨가 자신의 집에서 목을 매 순진 채 발견되었다.
노씨는 지난 7월 소독물을 운반하다가 무릎을 다쳐 업무상 재해 판정을 받고 요양 치료를 받았으나 예정보다 빨리 업무에 복귀하면서 적응하지 못하고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측은 지난해 11월 8일 수술실 간호사 경력 3년인 전아무개씨가 부서 내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증으로 휴직 중 자신의 아파트에서 투신했고, 올해 4월 11일에는 시설과 과장 경력 20년인 신아무개씨가 병원 업무에 대한 극심한 스트레스로 우울증에 시달리다 아파트에서 투신했다고 밝혔다.
또 4월 21일에는 수술실 간호사 경력 15년이었던 김아무개씨가 수술과정에서 비인간적 대우와 수간호사의 인격적 모멸을 견디다 못해 자신의 차 안에서 약물투여로 자살했다는 것.
▲ 진주 신일교통 버스기사 고 정태봉씨 장례식 모습.
ⓒ 진주신문
임금체불 등으로 생활고 시달리다 자살하기도
장기간 임금체불과 회사 부도로 생활고에 시달리던 시내버스 노동자가 자살하는 사건도 벌어졌다.
지난 22일 새벽 진주 신일교통 노동자 정태봉(51)씨가 제초제를 먹은 뒤 병원으로 후송되었다가 하루만에 사망했다.
그는 "후손을 생각해서 진짜 양심이 있는 인간이 되자, 신일교통 투쟁 파이팅, 부자는 언젠간 망한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정씨는 6개월간 약 1000만원의 임금을 체불 당한 상태였다.
정씨의 장례식은 '노동자장(葬)'으로 치러졌다.
지난 5월 경기도 고양의 한 운수회사에서는 노동자 조아무개씨가 숨진 채 발견되었다.
조씨의 사망에 대해, 노동조합 측은 "회사 매각에 동의하지 않으면 직위해지 하겠다는 통지를 받고 이를 비관해 자살을 시도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올해 3월에는 건설운송노조 덤프연대 간부가 분신자살을 기도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아무개(52)씨가 전북도청 청사 앞 도로에서 자신의 승용차 안에 짚단을 쌓아놓고 불을 붙여 얼굴과 목 등에 화상을 입었지만 다행히 병원으로 옮겨 목숨은 건질 수 있었다.
이씨는 지난해 10월 운송단가 인상 투쟁을 벌이면서 일감이 끊기고, 3천여만원의 빚을 지는 등 생활고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조합비를 유용한 혐의를 받아오던 노조 간부가 여관에서 자살한 사건도 있었다.
창원의 한 업체 노조 총무부장이었던 김아무개(44)씨가 지난 22일 밤 자정께 모텔에서 천장에 매달린 비상탈출 밧줄에 목이 매달린 채 발견되었다.
죽기 1주일 전 조합비 유용 사실이 알려져 압박감에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경민 민주노총 금속연맹 교육선전실장은 "대개 언론에는 '비관 자살'이라고 보도되지만, 실제 따져보면 노동 현장에서 실질적인 어려움이 많고 관리감독도 심해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중년이 넘어서 자살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산재치료 종료를 강요받아 자살하는 경우도 많은데 신자유주의 구조 속에서 노동강도를 견디지 못하면서 몸이 망가지고 산재 신청을 해도 받아들여 지지 않고 있는 것이 큰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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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만 15명... 노동자들이 자살하고 있다(오마이뉴스 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