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5일 대의원 대회 이후 현 상황에 대한 노동해방학생연대의 입장
- 사회적 교섭 복귀 유혹에 굴복하지 말고 총파업 투쟁에 나서자!
1. 3월 15일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무산을 둘러싸고 언론들은 호들갑을 떨어대고 있다. 한국경제, 노컷뉴스 등 보수 언론들은 "민주노총 조직 와해 위기"라는 선정적인 제목을 달고 기사를 내보냈다. 조중동을 비롯한 모든 보수 언론들은 "강경파"/"좌익 맹동주의자들"이 조직을 쥐락펴락하고 있는 현 사태에 개탄을 금치 못하겠다며 입을 모았다. 동시에 이들은 이번 폭력사태로 인해 노동운동이 전 국민들로부터 외면 받을 것임을 경고하고 나섰다.
지난해에는 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 조건을 과대 포장하여 노동귀족 이데올로기를 유포하는 데 앞장섰던 보수 언론들이 이처럼 호들갑을 떠는 이유는 무엇인가? 노동운동 출신임을 공공연히 떠벌리면서도 노동 계급의 투쟁을 짓밟는 데 앞장서 왔던 노동부 장관, 열린우리당 이목희 의원까지도 입을 모아 주문하고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그것은 무엇보다도, 민주노총이 "낡은 투쟁 방식을 버리고 대화와 타협의 품으로 기어들어올 것"에 대한 요구이다. 더 나아가 그것은, 민주노조 운동의 단결과 연대의 원칙을 굳건히 옹호하고자 하는 전투적 노동자들에 대한 배제와 응징을 주문하는 것이다.
2. 노무현 정권은 IMF 이후 몰아닥친 자본에 의한 구조조정으로 인해 현장이 초토화된 직후, 비로소 경기가 살아나고 이윤율 회복 조짐이 불거지는 시기에 집권했다. "소득 2만불 시대", "동북아 물류중심 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국가 경쟁력 강화"라는 미명 아래 전 노동자을 동원하는 것이 필수적이었다. 이에 걸림돌이 되는 유일한 힘! 바로 노동운동의 전투성의 뿌리를 뒤흔드는 것이 집권 이래 노무현 정권이 추구했던 일관된 기조였다. 정권과 자본은 대화와 타협을 강조하면서도 그들의 품으로 기어들어갈 것을 거부하고 단호하게 투쟁하는 노동자들에게 손배 가압류/징계 해고의 위협으로 대처해 왔다. 그 가운데 우리는 수많은 열사들을 보내야만 했다. 하지만 열사들의 목숨을 건 호소는 강위력한 연대 투쟁의 불씨로 거듭나지 못했고, 주저하는 틈을 타 저들은 <신노사관계 로드맵>, <비정규 법 개악안> 등을 줄줄이 제출하며 노동 계급에 대한 선전 포고를 자행했다.
3. 이러한 노무현 정권의 이해가 급변하기라도 했다는 것인가? <사회적 교섭>안을 관철시키고자 하는 민주노총 지도부는 변화된 상황을 십분 활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노사정위에 참가해 정리해고제, 파견근로제, 변형근로제 개악에 손을 들어주었던 96-97년 당시와 현재의 조건 가운데 달라진 것은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노동운동이 경제의 발목을 잡는다"라는 인식이 자본가 계급에 의해 전사회적으로 유포되어 있는 반면, 투쟁에 나설 수 밖에 없도록 내몰리고 있는 하이닉스, 현대차, 기아, 한원 cc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비정규/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은 줄줄이 해고당하거나 목숨까지 내놓아야만 하는 현실을 우리는 마주하고 있지 않은가? 더이상 밀릴 곳도 없는 전세를 역전시키는 힘은 교섭테이블에서 정부의 선처를 호소하는 것 이어서는 안된다. 오히려 힘있는 투쟁만이 우리의 투쟁을 승리로 이끈다는 것을 민주노조 운동의 역사는 증명해 주고 있다.
4. 대의원 대회 무산 이후 노동부 관료들은 "정부 정책의 결정과 추진은 계속해서 기다릴 수만은 없다"며 민주노총 지도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한국노총 지도부는 독자적으로 시민사회 단체를 포괄해 사회적 교섭을 모색할 것임을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압력 속에서 (대의원대회와 무관하게) 위원장 책임 하에 노사정 대표자 회담을 추진하겠다는 민주노총의 입장에 대해 우려를 금치 않을 수 없다. 노동 운동의 지도부인 민주노총이 진정으로 두려워해야 할 것은 정권과 자본으로부터 고립되는 것 따위가 아니다. 오히려 교섭과 타협 기조 아래에서 노동자들의 투쟁성이 철저하게 무력화되어, 자본과 정권에 휘둘리고 짓밟히는 것을 걱정해야 할 것이다.
5. 이미 3월 15일 대의원대회를 앞두고 노동부 관계자는 "민주노총의 사회적 대화 참여 여부와 관계없이 신노사관계 로드맵과 관련한 논의들을 가져갈 것"임을 밝힌 바 있다. 이제 정부는 비정규 법개악 저지를 위한 4월 총파업 투쟁 전선이 구축되는 것을 가로막기 위해 각각의 사업장 투쟁에 대한 탄압의 수위를 높여갈 것이다. 임단투를 앞두고 벌써부터 몇몇 사업장에서는 노동운동의 도덕성/노동귀족 이데올로기를 빌미로 한 무쟁의 선언들이 강요되고 있고, 이에 대해 자본가들은 "선진 노사문화가 정착되고 있는 증거"라며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이 가운데에서도 전국 비정규직 연대회의는 4월 법개악 저지 총파업 조직화를 위한 농성 투쟁에 나설 것을 밝힌 바 있으며, 전국노동자투쟁위원회는 지역 연대 투쟁을 중심으로 4월 투쟁 계획에 매진할 것을 선언하였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민주노총은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결의를 받아 안아, 노사정 대표자 회의 참가 기도를 중단하고 총파업투쟁 조직화에 매진해야 한다. 노동해방 학생연대는 투쟁하는 동지들의 결의를 이어받아 힘차게 연대해 나갈 것이다.
2005. 3. 19
사회주의 정치 실현을 위한
노동해방학생연대(http://nohak.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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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3월 15일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무산 이후 현 상황에 대한 노학연의 입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