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아들에게….
아들~ 아빠는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되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라고 생각하며, 평생을 살았고 그래서 내 분야에서 최고가 되고, 내 아들에게 최고의 아빠가 되려고 했단다.
처음 부산롯데호텔이라는 회사에서 왔을 때 아빠는 너무 겁이 났어, 건물도 없고 뿌연 먼지만 날리는 이런 곳에 과연 조감도속의 저 아름다운 건물이 들어설 수 있을까? 하고 말이야~ 그렇게 아빠는 11년전 두려움 반 호기심 반으로 이곳에 입사했었어, 여기서 네 엄마를 만나 결혼도 했고 예쁜 너희들을 낳았단다.
아빠는 너무 행복했어 이 곳의 하루하루가 즐거웠고 건강한 너희들을 바라보면 세상에 부러울게 없었지, 새벽까지 일하다 찜질방에서 눈을 부치고 다시 아침에 출근해도 아빠는 즐거웠어, 핸드폰 속의 너희들의 사진을 보는 것 만으로도 아빠는 웃으며 견딜 수 있었단다.
그렇게 너희들을 생각하며 열심히 일해도 아빠의 능력은 부족했나봐 10년 동안 303억이라는 적자가 나버렸어 좋은 공연을 만들어도 사람들은 우리의 공연을 보려고 하지 않았어, 아니 사람들은 호텔에 공연이 있다는 사실도 몰랐어, 왜 몰랐을까? 아빠가 생각해도 몇 년 전의 공연과 비교하면, 지금 이 공연은 너무 재미도 없고 아무런 의미도 없어,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아빠는 정말 눈치도 없는 사람이야 어떤 사람은 벌써 자기 살길을 찾아 다른 팀으로 떠났는데 아빤 아직도 여기서 열심히 일하고 있거든 하지만 그 사람을 원망하지는 않아 그 사람에게도 우리아들처럼 예쁘고 착한 아들이 있거든, 아빠도 우리아들을 위해서라면 드라마속의 나쁜 악역도 얼마든지할 수 있을 거야~ 그게 부모의 마음이거든~
아들~ 아빠는 한 분야의 최고가 되기는 힘들 것 같아, 하지만 아들에게 만은 최고의 아빠로 남고 싶어 그리고 내년 내후년에는 부산롯데호텔에서 이런 편지를 쓰는 아빠, 엄마가 없었으면 좋겠다.
사랑해~ 아들.
저는 이 편지의 주인공을 알고 있습니다. 그분은 정말 성실하고 기계, 전기, 전자에 이르기까지 모르는게 없는 만물박사입니다. 산업안전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고 동료들을 친형제처럼 아끼고 사랑하는 여러분의 모습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노동자입니다.
2007년 5월 29일 노조측에 경영상의 이유로 (한부서전원) 해고통보를 받은 33명중 한 사람입니다.
어린 두딸과 사랑하는 아들을 두고있는 한 가정의 가장이자 노부모를 모시는 장남인 그 착한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 제31조를 설명하기란 너무 어러운 일이었습니다.
난 그런거 모른다며 해고통보를 받고서도 건물천장을 기어다니며, 11년간 쌓인 번지를 드려마셔가며 점검하고 보수하고 땀흘리고 있습니다.
2007년 7월 29일은 우리 33명의 부산롯데호텔 노동자들이 해고 되는 날입니다. 회사는 3개월치 급여를 줄태니 나가라고합니다. 계속 버티면 그 것도 없다고 합니다.
변호사는 법정에서 회사가 담당과장을 다른 부서로 옴기고 해고자명단에서 뺀것도 해고회피노력으로 봐야하며 법앞에선 관리직도 노동자라고 하더군요.
이미 회사는 모든 법적 조치를 다하고 해고통보를 했습니다. 5월 1일자로 관리사원들을 다른부서로 옴기고 현장에서 땀을려 일하는 노동자들을 궁지로 모라놓고 적자부서라는 이유로 전원해고한다고 하더분요.
물론 관리직을 다른부서로 옴겼으니 해고회피노력을 한거구요.
근로기준법이 정말 근로자의 법입니까? 하지만 롯데는 그 근로기준법을 이용해서 노동자의 목을 조이고 길거리로 나 앉게 하는데 정말 근로기준법이 근로자의 법입니까?
부산롯데호텔 노동조합 051-810-54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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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노동자의 편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