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노조 안기호 위원장과 14명 조합원에 대한 두번째 심리가 지난 4월 14일 오후 2시 102호법정에서 열렸다.
공교롭게도 오전 11시 공판예정이던 현대중공업 조합원들의 재판이 연기되어 같은 시간에 같은 법정에서 열리게 되었다. 박일수 열사 집회관련한 선고공판이었는데 조돈희 울해협 의장, 전인권 민주노총 울산본부 수석부위원장, 류미희 전 민주노총 문화국장은 집행유예 2년으로 나머지 조합원들은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재판이 끝났는데도 현대중공업 조합원들 몇 몇은 비정규직 노조의 재판에도 같이 방청하여 많은 관심을 보였다.
오늘은 안기호위원장에 대한 변호사 심리부터 시작하였다. 검사가 제기한 공소사실에 대하여 변호사는 각각 반론을 제기하였고, 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실에 대해 설명도 곁들였고, 불법적으로 근로자파견을 일삼고 노동조합에 대해 부당한 탄압을 가하는 현대자동차에 대해 비정규직 노조가 부당해고구제신청, 부당노동행위구제신청을 했고, 최근에 중앙노동위원회에서 판정된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조의 부당노동행위 진정 결정문에서도 부당노동행위의 주체가 원청이라고 판결했다는 사실을 지적하였다.
방청석에서 앉아서 듣고 있으면서 검사의 공소사실이 기가 찰 뿐이었다.
현대자동차 정문 앞에서 집회신고를 하지 않았고, 또 일몰 후 집회를 해서 집시법 위반이란다.
여기에 변호사는 현대자동차 정문 앞에서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집회신고를 하지 않고 집회를 해왔는데 왜 유독 2004년 5월에 개최된 3차례집회만 집시법 위반으로 기소했는지 의문스럽다고 했다.
정규직 노조도 민주노총도 금속연맹도 현대자동차 정문 앞에서 집회신고 한 번 하지 않고 집회를 해 왔던 건 울산지역에 있는 모든 노동자들이 다 아는 사실이고 현대자동차조차 아는 사실인데 검사만 이 사실을 몰랐던 것일까.
또한 2003년, 2004년 현대자동차와 정규직 노조가 합의한 비정규직 관련한 합의서, 2004년 2,3차 업체 동일적용관련해서 업체와 업체노동자대표간의 동일적용과 민형사상 고소고발면책을 합의했는데 현대자동차가 - 극구 비정규직 노동자는 자신들과 전혀 무관한 사람들이라고 부르짖는 현대자동차가 - 별도로 고소고발을 했다는 사실, 2003년 노조설립 직전 현대자동차가 직접 비정규직 노조 핵심간부들이 있는 업체들을 계약해지 하려고 시도 했다는 사실 등이 밝혀지면서 현대자동차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실제로 결정하는 사용자이며, 노동조합 설립 및 활동을 계약해지와 폭력을 사용하여 탄압하는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집회시위가처분결정을 위반했다는 것에 대해 집회시위가처분결정문은 2월 7일 구정연휴직전에 탈의실 밖에 부착되었고 구성연휴기간동안 어떠한 집회도 하지 않았으며, 탈의실과 식당만 사용했는데 2월 13일 점심을 먹으러 탈의실을 내려가던 안기호 위원장을 회사 경비가 집단적으로 납치해서 얼굴에 작업복을 씌워 집단폭행해서 감금하여 경찰에 넘긴 사실을 밝히면서 이 사건을 형사고발했지만 아직도 아무런 조치가 없다는 것을 지적하였다.
이어 박일수 열사 집회에 참가한 조합원들의 사건이 이번 재판과 병합되면서 검사심문과 변호사 심문이 이어졌다. 참가는 했으나 집회를 주최하거나 기획하지 않았고, 일끝나고 단순히 집회에 참가했을 뿐이었는데 검사의 공소사실은 조합원들이 현대중공업 경비들을 다 때리고 전치 3-4주의 상처를 입히고 집회를 거의 주관했다는 식이었다.
현대중공업 경비들은 굉장히 힘세고 유단자출신인 사람들이라는데 어떻게 두명의 여성조합원과 한 명의 남성조합원(몸이 가늘고 힘없는 하모씨 ^^;)에게 두들겨 맞아서 전치3주나 나올 수 있는지... 애고...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질 않았다.
마지막으로 판사가 질문을 던졌다. 토론식으로 재판을 하는 것 같아서 처음엔 열린 자세로 재판을 이끌어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 판사 : "사내하청업체들이 하는 일이 한가지 공정씩을 맡고 있는게 아니냐"
- 안기호 위원장 : "1공장에서 한 업체가 타이어끼우는 작업을 하면 3공장에서 다른 업체가 타이어끼우는 작업을 하기도 한다"
- 판사 : "작업내용을 잘 모르겠다"
- 판사 : "동일노동동일임금이라는 처우개선이 중요한 요구사항이냐 아님 사용자성인정이 중요한 사항이냐"
- 안기호위원장 : "정규직화 쟁취가 중요하고 그러면 처우문제는 당연히 해결된다"
- 판사 : "정규직 전환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하느냐"고 반문했고,
조합원들 (입을 모아) :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 판사 : "만약 회사가 협상을 하자면 어떤 안을 제시하겠냐, 전부다 정규직화만 요구할껀가"
- 조가영직대 : "우선 불법파견 판정난 공정, 비정규직 노동자는 정규직화해야한다. 2,3차는 회사가 직접고용해야 한다"
- 판사 : "아직 법원에서 (불법파견으로) 판결난 것은 아니다."
- 판사 : "회사가 받아들일 수 없는 안을 자꾸 내밀면서 협상하자고 하느냐, 협상의 여지를 노조가 주지않는게 아니냐"
- 조가영직대 : "대화의 여지를 주지 않는 것은 바로 회사다"
- 판사 : "파견법 내용에 대해서 아는가"
- 조합원들 : "파견기간을 3년으로 연장하고 파견업종을 확대하자는게 취지다 "
- 판사 : "개선된 내용은 없는가"
- 조합원들 : "없다"
- 판사 : "잘 모르겠다..."
음... 이렇게 토론은 끝났지만, 판사는 불법파견에 대한 문제, 파견법개악부분에 대해서는 잘모르겠다는 애매모호한 답변으로 마무리하였다.
그런데 현대자동차는 이번 노동부의 불법파견판정을 법원에서 판결받는다면 인정하겠다는 거고, 파견법을 개악시켜 비정규직을 확산시키려는 의도를 명확히 보이는 마당에 법원까지 회사의 논리로 비정규직 문제를 바라 본다면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문제는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를 더욱 파탄으로 내몰뿐임이 분명한데 이번 심리를 지켜보면서 아직은 이런 답답한 심정을 뿌리칠 수가 없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법에도 보장된 노동조합 만들어서 노동조합활동하는데, 불법적으로 비정규직을 고용해서 사용한 현대자동차는 폭력탄압으로 조합원들을 피투성이로 만들고 해고시키고 농성장으로 내몰고 있지만 정작 옥살이를 하고 법정에 서 있는 건 바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인 이 현실에 대해서 법원이 외면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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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14일 안기호 위원장 재판을 방청하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