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글은 지난 9월 14일 '다함께'가 발행한 호외에 실렸다. 이에 앞서 '다함께'는 지난 9월 5일 현대차 기아차 비정규투쟁을 지지하기 위해 첫 번째 호외(아래 게시물)을 발행한 바 있다.
그러자 기아차 화성지부가 자신의 소식지에서 우리의 글을 비판 하였고, 이에 우리는 재반박하는 호외를 냈으며, 여기 그 내용을 게시한다.
우리는 이같은 토론과 논쟁이 비정규직 투쟁에 대한 정규직 노조의 연대 강화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
다함께 발간 9월 14일자 호외
(1면)
누가 민주노조의 이름을 더럽히고 있는가
- 기아차 화성지부 정길준 지도부의 비난에 답하여
우리는 지난번 현대·기아 비정규직 파업을 지지하는 선전물에서 비정규직 파업 연대에 소홀한 기아차 정규직 노조 지도부를 비판한 바 있다.
이에 기아차 정규직 노조 화성지부 정길준 지도부(이하 ‘화성지도부’)는 지난 9월 11일 발간한 <함성소식> 18-91호에서 ‘다함께’에 대한 대대적 비난으로 답했다.
화성지도부는 ‘다함께’를 “외부세력”이라고 비난했다. 기아차 노동자들의 투쟁에 꾸준히 지지와 연대를 보내 온 ‘다함께’가 졸지에 “자신들의 운동을 펼치기 위해 기아 현장을 이용”하는 “외부세력”으로 몰린 것이다.
외부 세력?
아마 화성지도부는 우리를 ‘불순한 외부세력’으로 몰아, 화성공장 노동자들에게 ‘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심리를 불러일으키려 한 듯 하다.
하지만 이것은 화성지도부의 협소한 기업별 의식만을 드러냈을 뿐이다. 도대체 기아차 조합원이 아니면 ‘외부세력’이라는 편협한 생각이 아니라면 이런 구분이 나올 수 있겠는가.
화성지도부가 국제 노동자 운동은 고사하고, 한국 노동자·민중 운동이라는 관점이라도 가졌다면 이런 구분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다함께’는 명백히 국제 노동자 운동과 한국 노동자·민중 운동이라는 틀 속에서 기아차 노동자들과 같은 편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기업별·부문별로 울타리를 치고, 편을 나누는 협소한 관점에서만 ‘다함께는 외부세력’이라는 구분이 가능하다. 그래서 비정규직, 실업자, 퇴직자, 심지어 학생까지도 조합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산별노조 시대에 화성지도부는 화성공장 밖에서 왔다는 이유로 ‘다함께는 외부세력’이라는 딱지 붙이기나 하고 있는 것이다.
화성지도부는 심지어 비정규직지회의 투쟁에도 “외부세력의 개입이 의심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3자 개입 금지’를 운운하며 민주노조 운동에 개입하는 좌파 활동가들을 공격하던 지배자들의 논리가 민주노조 지도부의 입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정말 서글픈 일이다.
화성지도부는 평택 투쟁 참가도 호소하고 있던데, 만약 정부가 ‘평택 주민도 아닌 외부세력인 기아차 노조가 왜 운동을 펼치기 위해 평택 현장을 이용하냐’고 하면 뭐라고 답할 셈인가?
사실 왜곡?
화성지도부는 ‘다함께’가 “사실에 근거하지 못한 왜곡”을 통해 자신들을 비판했다고 말한다. 우리는 지난 선전물에서 기아차 정규직 노조 지도부가 “비정규직 파업을 파괴하는 대체인력 저지에 적극적이지 않고, 정규직 노동자들의 연대를 건설하지도 않고 있다”고 썼다.
또한 원·하청 연대회의마저 중단시킨 것, 양재동 본사 항의 집회에 함께하겠다는 비정규직 지회의 제안을 거부한 것, 그 집회에서 비정규직 지회에 발언 기회도 주지 않은 것, 식당 노동자들의 파업권을 부정한 것 등을 비판했다.
이런 우리의 비판이 사실이 아니고, 화성지도부의 주장처럼 “[비정규직] 현안 문제 해결에 적극 개입하여 소중한 성과를 거두는데 역할을 다하였다”면 분명한 근거를 제시하면 된다. 그러나 화성지도부는 아무런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반면, 화성지도부가 8월 31일 배포한 <지부쟁대위 소식지> 18-14호에는 분명하게 “식사가 파업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 노동조합은 이를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습니다”라는 글이 버젓이 실려있다.
정규직 노조 지도부가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파업권을 부정하며, 심지어 은근히 협박까지 한 것이다. 이것이 화성지도부가 만든 것이 아니라는 것인가? 아니면 이것이 ‘비정규직 현안 문제에 적극 개입하여 소중한 성과를 거두’려는 시도였단 말인가?
정말, 누가 ‘사실을 왜곡’하고 있는지는 이 모든 과정을 직접 보고 듣고 겪어 온 화성공장 1만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너무도 잘 알 것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다.
연대의 원칙
화성지도부는 비정규직 연대를 외면한 것을 정당화하기까지 하고 있다. “어느 일방의 주장을 한쪽이 모두 수용하는 것이 연대가 아니다”, “합의하고 결정되었던 상황이 비정규직 지회 회의에서 무시되고 번복[됐다.]”
즉 비정규직 지회가 무리한 요구를 내세우고 합의를 무시해서 원·하청 연대가 안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임금 인상, 고용안정, 해고자 복직, 쌍욕을 하지 말 것 등을 요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는 전혀 무리한 요구가 아니며 노동자로서 가장 기본적인 요구이다.
더구나 화성지도부가 말하는 ‘공동결정, 공동투쟁, 공동책임의 원·하청 연대 3원칙’ 자체가 문제가 있다. 기본적으로 강력한 조직력과 투쟁력을 갖춘 원청노조와 아직 취약한 하청노조가 평등한 위치에서 연대할 수는 없다. 원청노조가 임단투 요구와 투쟁 시기와 투쟁 수위를 하청노조의 동의를 받아서 공동 결정하는 일은 없으면서 하청노조에게만 그런 것을 요구할 수는 없지 않는가?
상대적으로 나은 조건에 있는 원청노조가 더 열악한 위치에 있고 무자비한 탄압에 노출돼 있는 하청노조의 처지를 배려하면서 연대하는 게 옳다.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구권서 공동의장은 이렇게 지적한 바 있다. “예를 들어 봅시다. 동네 깡패에 맞서서 형제 둘이 3원칙을 세워요. 그런데 깡패가 동생을 먼저 팹니다. 그래서 동생이 맞서 싸웠는데 죽도록 맞죠. 나중에 동생이 형에게 왜 가만있냐고 따지죠. 그런데 형이 ‘공동결정, 공동행동, 공동책임’인데 왜 너 멋대로 싸우냐고 하죠. 이 그림이 현대차, 기아차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이게 과연 연대의 원칙이 될 수 있습니까?”
민주노조 운동의 역사
화성지도부는 우리의 비판을 “45년 역사의 기아노조를 욕되게 하는 도발”로 규정하고 “결코 용서받을 수 없다!”고 썼다.
우리는 기아차에서 발전하는 비정규직 투쟁에 정규직 노동자들이 연대해서 ‘노동자는 하나’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아차 정규직 노조 지도부가 이런 과제를 더 이상 회피하지 말고 원·하청 연대 투쟁을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이 ‘기아노조를 욕되게 하는 도발’이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정말로 화성지도부가 ‘용서하지 말았어야 할 기아노조를 욕되게 한 도발’은 지난해 비정규직 파업에 수백 명의 용역깡패를 투입하고, 올해 비정규직 파업에 고소·고발과 해고, 온갖 폭력을 자행하고 있는 조남홍의 작태이다.
이런 원·하청 사측의 도발과 공격에 맞선 투쟁을 회피하는 것이야말로 “45년 역사의 기아노조”의 명성에 먹칠을 하는 것이다. 97년 노동법날치기 반대 파업의 선두에 섰던, 전체 노동자·민중의 대의를 위해 언제나 앞장섰던 기아차 민주노조의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
만약 화성지도부가 계속 이런 과제를 못 본 척하고 엉뚱한 핑계나 대며 애꿎은 희생양만 찾는다면 민주노조 운동의 역사에서 용서받을 수 없을 것이다.
기아차 정규직 남택규 집행부는 비정규직과의 연대를 외면했고 식당 노동자들의 파업권을 부정했다. 이런 상황에서‘다함께’회원 한 명이 남택규 집행부에 속해 있는 것은 매우 불명예스러운 일이다.
그 동지는 하루 빨리 다른 동지들의 비판과 요구를 수용해 남택규 집행부를 공개 비판하며 직책을 사퇴하고 투쟁 현장으로 복귀해야 한다.
그런 행동은 연대 투쟁하고 있는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동료들과‘다함께’의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2면)
18대 집행부는 비정규직 투쟁에 연대하라
김우용(기아차 정규직 활동가)
화성 <함성소식> 18-91호의 내용을 보면 우려를 넘어 섬뜩함마저 느껴진다. 마치 적을 향해 최후 통첩을 하듯 선정적인 문구를 사용해 반전 운동과 노동자 투쟁에 헌신적으로 연대하고 있는 ‘다함께’에 경고를 보내고 있다. 또한 18대 집행부를 비판하고 있는 현장 조직들과 본인에게도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본인은 18대 집행부가 진정 비정규직 투쟁에 함께 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제발 이성적으로 대응하기 바란다.
‘다함께’가 “사실 근거 확인 없이 기아 노조를 욕되게 하(였다)”고 하지만 <함성소식> 18-19호에서는 구체적인 반박의 근거를 찾기 힘들다.
그나마 근거로 제시하는 것은 “05년 임기 초 이미 선언했던 대체인력 투입에 대한 노동조합(18대 집행부)의 입장을 활동가나 비정규직지회 투쟁에 밀려 어쩔 수 없이 뒤늦게 정리하는 입장이라(고) … 매도하고”라는 부분뿐이다. 하지만 이 또한 사실과 사뭇 다르다.
정길준 집행부가 이야기하듯 대체인력 투입에 대한 입장은 지난해에 정리해 놓은 것이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입장만 정리해 놓으면 뭐하는가?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
정길준 집행부는 이 입장을 올해 비정규직 파업 과정에서 8월 20일경까지 실천으로 옮기지 않았다. 그 이유도 황당하다.
황당한
정길준 집행부에서 비정규직지회에 요구한, 파업을 정규직 노조와 함께 끝낼 것을 약속해 달라는 황당한 요구를 비정규직지회에서 거부한 것이 그 이유였다. 비정규직지회의 요구안을 사측은 지금도 거부하고 있는데 어찌 정규직과 함께 임단투를 끝낼 것을 약속한단 말인가! 이것은 사실상 비정규직지회 조합원의 체결권을 정규직 집행부에 일임하라는 황당한 요구이다. 아무튼 이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대체인력 투입을 방관하는 것은 물론 공동집회조차 단 한차례도 하지 않았다.
정규직 집행부는 비정규직지회가 요구한 양재동 본사 공동 항의 집회도 거부했고 9월 12일 치러진 ‘기아 노동자 문화제’의 공동 개최 요구마저 거부했다.
임·단투 초기 대의원 소집에서 대체인력 투입을 막아야 하지 않느냐는 주장에 대해 정길준 지부장은 “비정규직지회는 독자노조 이기 때문에 정규직 노조가 개입할 수 있는 조건이 아니다”라며 회피로 일관했다.
지부 집행부의 회피로 현장에서는 구사대와 대체인력의 폭력 도발이 끊이지 않았고 정규직 조합원 중 조장협의회와 감독자 협의회의 일부가 구사대를 자처하며 비정규직 공정에 투입돼 파업 파괴 행위를 자행했다. 사측은 그 틈을 이용해 비정규직 지회 10여 명과 투쟁에 헌신적으로 연대한 정규직 조합원 6명을 고소·고발했던 것이다.
“비정규직 지회는 독자노조 이기 때문에 정규직 노조가 개입할 수 있는 조건이 아니다”라는 화성지부 지도부의 입장은 8월 20일경 본조에서 남택규 위원장이 화성공장을 방문해서 “원청 대체인력은 정규직 노동조합에서 대처하고 하청 대체인력은 비정규직 지회에서 막는다”고 선언할 때까지 변화하지 않았다. 이는 화성공장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정규직·비정규 노동자들이 알고 있는 명백한 사실이다.
또한 식당 파업에 대한 정길준 집행부의 입장은 실로 놀라움을 금할 수 없을 정도였다.
8월 29일 발행된 <지부쟁대위소식지>를 보면 “먹을 것을 볼모로 한 무책임한 행위”, “식사가 파업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며 기아 사측을 비난하기보다 싸우는 노동자들을 비난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이 소식지를 본 대의원들은 정길준 집행부에게 “조선일보 사설을 보는 것 같다”, “보수 언론에서 하는 주장과 왜 이리 같은가!”라며 강력하게 항의했다.
보수언론
그런데도 이 내용을 정길준 지부장 담화문으로 대체해 똑같은 내용으로 현장에 배포했다. 이 담화문은 지금 노동조합 홈페이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왜 일까? 이 사실이 전국에 알려지면 거센 비난과 항의를 받을 것이 두려워서 아닌가?
내가 원직복직된 것이 18대 집행부가 노력한 성과라는 주장도 절반의 진실이다. 내가 석방된지 반년이 지나도록 사측과 18대 집행부는 원직복직 문제에 큰 열의를 보이지 않았다. 내가 옥상농성에 들어가고, 이후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과 원직복직 투쟁을 결합시켜 나가자 뒤늦게 사측의 태도가 변화한 것이다.
내가 원직복직되고 고소·고발이 철회된 것은 단지 18대 집행부 덕분이 아니라 현장 노동자들의 지지와 연대 덕분인 것이다. 특히 지금도 계속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강력한 투쟁이 큰 힘이 됐다고 생각한다. 18대 집행부는 그나마 원직복직 합의를 하면서 “향후 조합은 … 노동조합 동의 없는 개별적인 무분별한 라인 중단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는다”는 단서까지 달았다. 이것은 현장 노동자들의 자주적 활동을 통제하려는 명백히 잘못된 합의이다.
지금도 비정규직 지회는 사투를 벌이고 있다. 원청 관리자와 대체인력 그리고 구사대를 자처하는 조장협의회, 감독자 협의회 일부가 파업을 파괴하려는 행위에 맞서 꿋꿋이 싸우고 있다.
남택규·정길준 집행부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엄호하기 위해 싸우고 있는 진정한 투사들과 연대 단위 동지들을 ‘외부세력’이라는 딱지를 씌워 비난할 것이 아니라 사측에 맞서 이들과 함께 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연대의 초석을 만드는 길일 것이다.
기아차 활동가들은 18대 집행부가 계속해서 비정규직 투쟁을 회피한다면 지금보다 더욱 강력한 독립적인 행동을 조직할 필요가 있다. 또한 거세지고 있는 기아 사측의 탄압에 맞서 민주노동당, ‘다함께’, 불안정노동철폐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에게 지금의 상황을 널리 알리고 폭 넓은 연대를 조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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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민주노조의 이름을 더럽히고 있는가- 기아차 화성지부 정길준 지도부의 비난에 답하여
